[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배구 아이큐(IQ)가 떨어져.”

지난 2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OK금융그룹과 대한항공의 2라운드 맞대결 후 화두로 떠오른 건 배구IQ다. 이날 OK금융그룹은 대한항공에 셧아웃 ‘완패’를 떠안았는데, 경기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강서브와 안정된 리시브, 연결과 블로킹, 그리고 수비까지.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돌아간 대한항공과 달리, OK금융그룹은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공격 전개 과정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6월부터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범실 없는 서브’를 선수들에게 강조했고, 이날 56개의 서브를 시도하면서 범실은 8개였다. 반면 서브 득점은 없었다. 대한항공은 그보다 많은 74개의 서브를 넣으면서 범실은 11개였다.

하지만 서브 범실 외에 공격 등에서 연속 범실을 범했고, 매 세트 대한항공에 리드를 뺏기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디그 후 연결 그리고 반격 과정이 매끄러웠던 대한항공과 달리, OK금융그룹은 그러지 못했다. 23점을 올린 레오를 도와줄 선수가 또한 없었다.

경기 후 오기노 감독은 “1세트 0-3으로 끌려갈 때부터 진 경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상대 블로킹이 좋았다. 우리도 (블로킹) 리바운드 후 반격 노렸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리시브도 잘되지 않아서 다른 선수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모든 부분이 풀리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최근 OK금융그룹은 승패승패의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오기노 감독은 그 원인을 ‘떨어지는 배구IQ’로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레오를 포함해 선수 개인의 레벨(배구 IQ)이 7개 팀 가운데 가장 떨어진다. 그걸 올리기 위해 훈련한다. 패했을 때는 반성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일침을 뒀다.

경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코트 안 변수에 얼마 만큼 잘 대처하는지, 또 급박한 상황에서 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이 오기노 감독이 말하는 배구IQ에 포함된 영역이다. 오기노 감독은 “팀에 부임하고부터 선수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까먹기도 하고 습득하지 못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이트, 크로스, 페인트, 리바운드 플레이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준비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준비를 얼마만큼 하고 있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여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생각과 처리할 수 있는 유무를 본다. (실제 상황에서) 짧은 순간에 얼마만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도 포함이다. 배구는 틀에 박혀 있지 않다. 랠리의 모든 순간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두 감독이 배구IQ를 정의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실제 경기에서 닥치는 상황의 대처 능력이라는 ‘본질’은 같다. 오기노 감독은 물론, ‘준비성’을 이야기한 토미 감독도 준비를 얼마만큼 하냐에 따라 코트 안에서 대처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평소 훈련 때도 직설적인 화법을 선수들에게 구사하는 오기노 감독이 공개 석상에서 일침을 가한 이유는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에,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 커 보인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