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국내 5대 은행이 지난해 일제히 기부금 액수를 대폭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덕분에 사상 최대 이이을 거둔 은행들이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속에 실적 개선 폭에 비례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기부금은 지난해 2월 발표된 10조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젝트’나 12월 발표된 2조원 규모 ‘소상공인 이자 환급’과는 별개로 각사가 자체 책정한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 총액은 4110억원으로 2022년(2480억원)보다 65.7%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들의 수익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기부금을 포함한 사회공헌 활동 전반도 늘어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지난 2022년 423억원에서 지난해 1089억원으로 무려 157.4%나 기부금을 늘려 눈에 띄었다.

같은 기간 다른 은행들도 예외 없이 두 자릿수의 증액률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627억원에서 918억원으로 46.4%, 농협은행은 598억원에서 856억원으로 43.1%, 신한은행은 408억원에서 705억원으로 72.8% 각각 늘렸다.

우리은행의 경우 2022년에는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보다 많은 423억원을 기부했으나, 지난해 543억원으로 28.1% 증액하는 데 그쳤다.

5대 은행의 지난해 기부금 총액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953억원, 2분기 1천억원, 3분기 847억원, 4분기 1309억원 등이었다.

통상 연말 기부금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이 있었던 지난해 10월 이후 기부금 추가 증액이 이뤄진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예년보다 큰 규모의 기부가 이뤄진 것도 은행권을 겨냥한 연초의 ‘돈 잔치’ 비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지난해 1분기에 연중 가장 많은 358억원과 352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신한은행은 1분기 25억원에 불과했던 기부금을 2분기 220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렸고, 국민은행도 1분기 206억원을 2분기 281억원으로 증액했다.

우리은행은 1분기 12억원, 2분기 87억원, 3분기 130억원으로 점차 증액하다 4분기 314억원으로 종전보다 대폭 늘렸다.

주요 기부처는 은행마다 조금씩 달랐다.

5대 은행은 연례적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기부 외에도 다양한 기부처에 돈을 보냈다. 지원 대상은 청소년과 어린이, 소상공인, 다문화가족 등이 총망라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부 규모나 지원 대상에 관한 금융권 공동의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각자 기부처를 찾아 내부 품의를 거쳐 기부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