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본격 정용진의 신세계가 시작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18년 만의 승진이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뒤에서 지원하지만,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지위는 유지한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과 급격히 쪼그라든 이마트 부문에 내부 혈통 수혈로 ‘정용진 체제’를 구축했다고 본다.
신세계그룹도 이번 인사에 대해 ‘정면 돌파’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발표했다.
◇ 알리·테무 중국발 공습에 ‘정면돌파’…SSG닷컴은 언제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신장했다. 특히 단기간에 이마트의 최대 경쟁 상대가 된 쿠팡은 이를 틈 타 급격히 성장해 창사 후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000억원으로 이마트를 처음 추월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합산 매출 규모인 35조8000억원을 넘지는 못했지만,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두 개의 사업 부문으로 쿠팡 하나를 방어한 셈이다.
전통의 유통 강자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여기에 괴물 신인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테무(Temu)가 초저가 공세로 국내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이들은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국내서 단기간 충성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는 11번가(736만명)를 누르고 국내 쇼핑 앱 사용자 수 818만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쿠팡으로 3010만명의 사용자를 기록 중이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유통 계열사 G마켓은 5위에 그쳤다.
점차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뼈 아픈 실적을 인정하고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신세계는 전체 경영자 40%를 물갈이하고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콘트롤 타워로 구축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 승진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나가고자 한다”며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인사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출근해 회장 승진후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사장단에게 “위기가 있으나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히며, 신세계건설 문제와 이마트 수익 개선, 온라인 사업 실적 개선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며, 시장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일 것을 시사했다.
◇ 부회장 시절 정용진, 눈에 띄는 성과 보였나?
삼성가 3세 정 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 길을 걸어왔다. 정 회장은 1995년 27세의 나이에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이 됐다.
이후 정 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에서 경영을 이끌어 왔다. 정 회장은 특히 10여년 전부터 신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여러 분야의 사업을 단행했다.
지금의 이마트24인 ‘위드미’ 인수로 시작한 편의점 사업, ‘푸른밤’ 소주 주류 사업, 그룹 주력 이커머스 사업인 SSG닷컴 출범과 특히 SSG랜더스,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인수합병(M&A)에 5조원을 쏟는 등 공격적으로 그룹 규모를 넓히며 신사업에 몰두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정 회장의 이러한 막대한 신사업 공세에도 불구 ‘삐에로쇼핑’, 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 소주 사업 등 몇몇 사업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그 중 ‘스타필드’ 복합 쇼핑몰이 정 회장의 흥행작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마저도 최근 안성 스타필드 사망사고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이러한 와중 정 회장에게 막중한 책무가 주어진 것이다. 그는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그룹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 발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위기가 감지된 신세계그룹에 정 회장이 구원투수로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신세계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이명희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 단행으로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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