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악화일로다. 맞고소에 폭로전까지 불사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인상이다. ‘75년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재계 자산 순위 28위(16조8920억원)까지 기업을 일으킨 영풍그룹 공동 창업주 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영풍) 최기호(고려아연) 창업주가 ‘동업자 정신’으로 설립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글로벌 비철금속제련 1위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비철금속 원료를 공동으로 구매해 각자 생산하고, 이를 공동판매 형태로 유통해 한 회사처럼 운영한 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두 기업이 2022년 3세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영풍 2세 장형진 고문과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 유통업체’ 격인 서린상사 경영권 쟁탈전으로 촉발한 분쟁은 영풍이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전면전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참고로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33.99%)과 영풍 장현진 고문(33.13%) 측이 비슷하게 갖고 있다. 그런데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2조원 가량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5%를 공개매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런 시도에 “약탈적 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기술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이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MBK파트너스를 등에 업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는 국가기간 산업을 흔드는 행위”라며 25일 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파트너스가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경영권 확보 후 해외기업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는다. 분쟁 주도권을 사실상 고려아연이 쥐게 되는 셈이다.

그러자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가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첫 심문은 내달 2일 열린다.

고려아연이 신사업에 과도하게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경영권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게 영풍 측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을 연다. 최 회장측이 19일 장 고문 측과 ‘특별관계인 해소에 따라 특별관계자수가 변동됐다고 공시하자 영풍 측이 같은날 가처분 신청을 한 데 따른 심문이다. 법원이 영풍 측과 최 회장 측의 특별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대항공개매수를 할 수 없다.

산자부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분쟁 주도권 확보의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