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뼈아픈 패배지만, 충분히 배웠다.”
최근 두 번의 혈투,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졌다. 패배는 늘 아쉬움이 남지만 ‘전설’은 담담하게 ‘넥스트’를 말한다. T1의 상징이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역사에 이름을 새긴 ‘페이커’ 이상혁(29) 얘기다. 이상혁은 ‘e스포츠 월드컵(EWC)’ 4강전 완패를 인정하면서도, 다음 무대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패배를 경험 삼아, 더 성장하겠다는 다짐이다.
T1은 19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STC e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EWC’ LoL 부문 4강에서 중국의 애니원즈 레전드(AL)에게 세트 스코어 0-2 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어려운 상대라 했다. AL은 현재 LPL 최강팀으로 꼽힌다. 지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T1은 AL을 상대로 3-2 승리를 거두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한 주 만에 재회한 이번 EWC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AL이 결승에 올라 젠지와 우승컵을 놓고 맞붙게 됐고, T1은 3·4위전으로 물러났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페이커’는 담담하면서도 냉정한 자기반성을 내놨다.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준비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그의 말엔 패배 아쉬움과 책임감이 공존해 있었다.
그렇다고 패배에 젖어 있진 않았다. 다시 일어나 뛸 것이라 했다. 이상혁은 “뼈아픈 패배지만 충분히 배울 점도 있었다”라며 “다음 경기도 재미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3·4위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이어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다음 경기는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EWC 초대 챔피언이다. 대회 2연패를 바라봤으나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 T1의 시간은 ‘이제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1은 2023·2024시즌 연속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정상에 올랐다. 통산 롤드컵 5회 우승 위업도 썼다. LCK 정규시즌에서 주춤하다가도 롤드컵 무대만 서면 더 강해진다. 올해 사상 첫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오는 23일부터 LCK 정규시즌이 다시 막을 올린다. 3~5라운드 일정과 함께 롤드컵 진출을 향한 플레이오프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숨 돌릴 틈 없는 일정 속에서도, ‘페이커’는 팀 분위기와 컨디션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건강,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팀에서도 많이 도와준다”며 팀 프런트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전 세계 어느 팀이라도, 어느 선수라도 결국 최종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라 한다. 한 번의 패배가 전설을 쓰러뜨릴 수 없다. 더 단단하게 만든다. “졌지만 배웠다”는 ‘페이커’의 말처럼, T1이 다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