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울진=원성윤 기자] 경북 울진은 언제나 ‘두 얼굴’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태백산맥의 웅장한 산세가 동해의 거친 파도를 만나는 곳. 산과 바다가 이토록 극명하게 공존하는 땅이 또 있을까. 이번 여정은 울진의 ‘북부’다. 금강송 숲길로 유명한 남부와는 또 다른, 거칠고도 청량한 자연과 농익은 미식(美食)이 기다리는 곳. 덕구계곡에서 시작해 죽변의 바다까지, 울진 북부의 속살을 제대로 탐방했다.

여정의 첫걸음은 응봉산 자락에 숨겨진 덕구계곡이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온천욕이 아니더라도 이 계곡은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멀리 사라지고 청량한 물소리와 짙은 숲 내음이 온몸을 감싼다. 기암괴석 사이를 굽이치며 흐르는 옥빛 계류는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진다.

총 4km에 이르는 계곡 트레킹 코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다. 특히 ‘용소폭포’와 ‘선녀탕’, 그리고 세계 각국의 유명한 다리를 본떠 만든 12개의 교량을 건너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문교, 노르망디교 등을 지나며 잠시 해외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사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숲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금세 식어버린다. 깊은 산의 정기를 듬뿍 받으며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치유의 시간이다.

산에서 ‘선(仙)’의 기운을 받았다면, 저녁은 바다에서 ‘미(味)’의 향연을 즐길 차례다. 울진의 밤바다가 내어준 선물은 바로 제철 맞은 도다리회와 최고급 횟감으로 꼽히는 ‘줄가자미(이시가리)’다. 봄 도다리라지만, 동해의 맑은 물에서 자란 울진 도다리는 사계절 그 맛이 일품이다. 갓 잡은 도다리와 줄가자미를 뼈째 썰어(세꼬시) 한입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 뒤로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바다의 신선함에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간다.

다음 날 아침, 전날의 여독과 숙취를 풀어줄 해결사는 단연 ‘묵은지 곰치국’이다. 울진, 삼척 등 동해안의 대표적인 해장국인 곰치국은 ‘물곰’이라 불리는 곰치를 푹 끓여낸다. 흐물흐물한 생김새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그 맛을 아는 이들은 이 시원함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푹 익은 묵은지의 칼칼하고 깊은 맛이 곰치의 부드러운 살결과 어우러져, “크어-” 하는 감탄사와 함께 속을 뜨끈하게 데워준다. 땀을 한바탕 쏟고 나니,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힘이 솟는다.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향한 곳은 울진 북부 해안의 하이라이트, ‘죽변해안 스카이레일’이다. 죽변항에서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 있는 하트해변까지, 약 2.4㎞의 해안선을 따라 하늘 위를 달리는 모노레일이다. 투명한 바닥 아래로 에메랄드빛 동해 바다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마치 바다 위를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색과 기암괴석이 빚어낸 풍경에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발아래 펼쳐지는 쪽빛 바다는 그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청아하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레일 위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함께한 이들과 잊지 못할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울진 북부에서의 1박 2일은 이처럼 다채로웠다. 덕구계곡의 깊은 숲에서 위로를 받고, 동해의 신선한 도다리회, 줄가자미와 곰치국으로 속을 채웠으며, 죽변의 푸른 바다 위를 날며 가슴을 뛰게 했다.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난 맛있는 음식까지. 울진은 여행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그야말로 ‘완전한’ 여행지였다.

한편 울진에서는 7~9일까지 죽변항수산물축제 ‘가자, 죽변항! 먹자, 수산물!’가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수산물 및 건어물 판매장터와 맨손 활어잡기, 물회 퍼포먼스, 수산물 경매와 해체쇼 등 다양한 이벤트와 무료 시식 행사가 진행된다. 방어, 오징어, 전어 등 청정해역 울진에서 잡아 올린 각종 수산물을 만나볼수 있다.

축제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저녁 시간에는 어등(魚燈) 전시와 해상 어선 퍼레이드, 불꽃쇼가 마련된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과 황윤성의 개막 축하공연도 준비돼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