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오랜 시간 머릿속에 그려온 이야기가 화면에 펼쳐질 땐 어떤 느낌일까. 자신의 10대 시절 추억을 담은 엄하늘 감독의 ‘너와 나의 5분’이 마침내 14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엄하늘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어릴 때 좋아했던 친구들이 가끔 생각나잖아요. 근데 SNS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거기서부터 출발했죠”라고 작품 구상 계기를 밝혔다.

엄하늘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인 ‘너와 나의 5분’은 모든 것이 낯설고 무엇이든 새롭던 2001년, 좋아하는 음악과 비밀을 공유하던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중 배경부터 2001년이다. 1988년생인 엄하늘 감독에게 있어 ‘너와 나의 5분’은 청춘의 한 페이지다. 대학교 재학 시절 단편 시나리오 수업에서 그 시절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시작했다.
엄하늘 감독은 “제가 3학년 때 이 영화를 찍었는데 완성은 못 했다. 아까워서 필름도 안 버리고 있다. 4학년 때도 찍고 싶었는데 장편 시나리오가 아니다 보니 주변 반응이 냉담하더라”며 “근데 작년에 제천국제영화제에 피칭으로 냈다가 당선이 됐다. 그렇게 준비하게 됐다. 사실상 휴지기간이 좀 많다”고 웃음을 보였다.

‘너와 나의 5분’은 학창시절 MP3 속 노래를 함께 공유하던 경환(심현서 분), 재민(현우석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2001년은 일본 문화가 개방되며 한국에 쏟아지던 시기다. 동시에 엄하늘 감독이 자칭 ‘오타쿠’가 되던 시기다. 두 소년이 듣는 음악 역시 당시 J팝계 전설인 밴드 ‘글로브(globe)’의 노래다.
엄하늘 감독은 “이야기의 시작은 음악이었다. 비주류 음악을 듣는 이야기를 쓰다 보니, 비주류 아이들이 되더라. 시놉시스를 쓸 때부터 ‘글로브’ 노래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런 소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10대 시절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졌다는 것은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는 것이다. 작품 속 경환 역시 당시 비주류 음악으로 분류되던 ‘글로브’의 노래를 혼자 듣는다. 반장인 재민은 그런 경환과 유일하게 공통 관심사를 가진다.

다만 10대 시절의 특별함은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배척될 수 있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경환 역시 친구들로부터 ‘오타쿠’라고 놀림을 받는다. 그런 경환의 세계에 재민이 들어오며 두 친구는 사랑보다 멀지만 우정보단 가까운 사이가 된다.
엄하늘 감독은 “2001년에 일본 문화가 개방됐는데 음악은 미개방 상태였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서 구해 듣는 아이들이 있었다”며 “‘너와 나의 5분’ 속 비주류는 성소수자와 일본 음악 마니아다. 이 두 가지를 확장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대 시절을 경환과 재민처럼 대구에서 보낸 엄하늘 감독에게 ‘너와 나의 5분’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이기도 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일본 음악을 사랑하던 그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냈다. 시놉시스를 쓸 때부터 ‘글로브’ 음악을 듣고 있었다.
“영화를 볼 때 ‘이런 영화였으면 재밌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저는 10대가 주인공인 영화를 볼 때마다 하나도 공감이 안 됐어요. 그래서 제가 어른이 되면 꼭 지금의 10대 친구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10대 때 필요했던 영화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여러분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