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시작은 우정 이야기였다.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가 그리는 애틋한 우정 이야기는 전 세계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그러나 돌아온 글린다는 이기적이고, 엘파바는 겉돈다. 깨진 우정을 다시 붙인다고 해도 잔흔은 남는다. 남은 건 불편해진 우정뿐이다.

지난해 ‘위키드’에 이어 돌아온 후속편 ‘위키드: 포 굿’(이하 ‘위키드2’)은 사악한 마녀 ​엘파바​와 착한 마녀 글린다​가 엇갈린 운명 속에서 진짜 우정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작품은 전작 ‘위키드’로부터 이어진다. 엘파바는 마법사(제프 골드블룸 분)가 가진 비밀을 폭로하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나서지만 누구도 그의 편을 들지 않는다. 그런 엘파바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사악한 마녀’다.

마법사로부터 화려한 드레스에 예쁜 마법봉을 선물받은 글린다는 ‘착한 마녀’로 불린다. 글린다는 절친 엘파바의 부재만 빼고 모든 것이 행복하다. 그래서 글린다는 엘파바가 마법사의 곁으로 돌아오길 끝없이 설득한다. 하지만 엘파바는 완강하다. 엇갈린 두 사람의 우정은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동명의 유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위키드’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이 주된 이야기다. 한때는 글린다도 엘파바를 따돌린 주동자였지만, 결국 모두가 외면한 엘파바의 곁을 지키며 두 사람의 우정이 완성된다.

그러나 후속편에 들어서며 이들의 우정은 껄끄럽다. 단순히 글린다와 엘파바가 다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다. 엘파바를 마법사의 곁으로 끌어당기려는 글린다의 행동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글린다가 엘파바를 설득하는 이유는 그의 안전 때문이 아니다.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양자경 분)에게 받은 아름답고, 밝은 것들로 가득한 자신의 세계가 깨질까 봐 두려워서다. 글린다의 행동엔 오로지 자신뿐이다. 그래서 피예로(조나단 베일리 분)가 엘파바를 선택했을 때도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자신의 행복 퍼즐 중 하나가 피예로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1편에서 글린다가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면 2편 속 그의 모습은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엘파바가 내면 속 자신을 마주하고 ‘진정한 나’를 찾는 동안 글린다는 허상에 집착한다. 이로 인해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한다. 피예로를 잃은 뒤 글린다의 충동적인 선택은 엘파바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여러 사건을 겪은 뒤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 넘버 ‘포 굿(For Good)’을 부르며 봉합된다. 문제는 이들만 화해했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널뛰는 감정선과 극단적인 상황들은 관객의 마음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두 사람의 우정에 더해 ‘위키드’ 세계관인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와 연결된다. 위키드에 떨어진 소녀 도로시와 겁쟁이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가 차례로 등장한다. 다만 글린다와 엘파바의 이야기와 동시에 진행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나마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글린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연기한다. 신시아 에리보 역시 엘파바가 가진 고독과 고뇌 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두 인물은 대척점에 서 있지만, 두 배우의 호연으로 ‘케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전편과 마찬가지로 동화 같은 영상미에 풍성한 넘버들로 채워졌다. 이들의 우정은 비극에 가깝지만, 보고 듣는 재미로 즐겨볼 만하다. 러닝타임은 137분, 쿠키영상은 없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