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개장 후 10일 만에 첫 계약
박찬호 80억원-조수행 16억원 ‘대박’
다른 팀들은 ‘당황’
“시장가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다”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드디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움직였다. ‘큰손’ 두산이 하루에 100억원 가까이 썼다. 대체로 최대어가 가는 팀이 정해지면 ‘혈’이 뚫리는 편이다. 이번 FA 시장은 조금 다르다. ‘시장가’가 요물이다.
2026 FA 정국은 지난 9일 시작됐다. 이상하게 계약이 터지지 않았다. 뭔가 ‘뒤에서만 시끄러운’ 형국이었다. 그리고 18일 터졌다. 박찬호가 두산과 4년 총액 8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금 50억원, 연봉 총액 28억원, 인센티브 2억원이다. 보장액만 78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 나왔다.
끝이 아니다. 내부 FA 조수행도 계약했다. 4년 총액 16억원이다. 계약금 6억원, 연봉 총 8억원, 인센티브 2억원이다. 보장액이 14억원. 두산이 확실하고, 화끈하게 쐈다.

이전까지 흐름을 보면, 첫 계약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 복수의 팀이 특정 선수 영입전에 뛰어들면, 한 팀만 승자가 된다. 남는 팀은 이미 자금은 보유했다.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또 경쟁이 붙을 수 있다. 그렇게 ‘판’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살짝 다른 모양새다. ‘시장가’가 예상외라서 그렇다. 박찬호가 기록한 80억원이 문제라면 문제다.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시장 전체를 감싸는 듯하다.


A구단 단장은 “박찬호 80억원에 조수행은 또 16억원이다. 깜짝 놀랐다. 박찬호도 놀라운데, 조수행은 더 놀랍다고 할까. 두산이 작심한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과하다’는 느낌도 들기는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돈을 안 쓰겠다는 게 아니다. 적정가라는 게 있지 않겠나. 이번에는 구단이 생각하는 적정가를 한참 뛰어넘는 금액이 나오고 있다. 다른 FA들도 기본 수십억원이더라. 이게 맞나 싶다”고 덧붙였다.
B구단 단장도 “쉽지 않다. 금액이 세긴 세다. 솔직히 예상은 하지 못했다.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부분이 남는다. 선수는 늘 많이 받고 싶어 한다. 팀으로서는 오버페이는 피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아쉬움은 표했다. 다른 구단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특정 에이전시가 시장 흐름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급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한 야구인은 “그 에이전시가 가격을 정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시장논리는 어쩔 수 없다. 대신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다”고 했다.
모든 구단이 지갑을 닫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봐야 한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전력보강 방법이 FA 영입이기 때문이다. 일단 혈은 뚫린 듯한데, 빠르게 흐름이 이어질 분위기는 또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