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하늘에 가시면 많은 친구분들이 기다려주실 테니 외롭지는 않으실 겁니다. 편안하게 가셨으면 좋겠어요.”

故 이순재를 떠나보내며, 절친했던 후배 장용이 전한 말이다. 그는 고인을 가리켜 “귀감이 되는 선배였고, 멘토였으며, 로망이었고, 대단하신 어른이었다”고 회고했다. 대한민국 연예계의 큰 별이었던 이순재가 동료들의 추모 속에 영원한 하늘의 별이 되었다.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장용을 비롯해 김영철, 이용, 최병서, 박상원, 김학철, 이한위, 윤다훈, 송승헌, 박경림, 이승기, 최현욱 등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이순재가 평생 연기자의 바른 마음가짐과 성실한 자세를 강조해왔던 만큼, 그를 스승처럼 따랐던 이들이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온 것이다.

“형님과는 TBC 시절부터 55년간 함께했다”고 밝힌 TBC 11기 공채 탤런트 출신 장용은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늘 가깝게 지냈던 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용은 “늘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 걱정도 많았다”며 평생 연기 열정을 잃지 않았던 고인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가수 이용은 이순재를 가리켜 “아버지”였다고 회상했다. 과거 고인과 같은 작품에 출연한 인연을 언급하며 “그때 저의 아버지셨다”며 “100살까지 사실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허망해했다. 이용은 고인을 향해 “아들 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제가 드라마 할 때 대사를 잊어버리자 선생님께서 ‘네가 연기가 전공이 아니라 그럴 수 있으니 진짜 아버지라 생각하고 편하게 해라’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애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인 박경림은 고인을 “모범이 되는 선생님”으로 기억했다. 그러면서 “늘 저희 후배들에게 문화예술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말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며 “후배들도 선생님의 그 길을 잘 따라서 걷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수 이승기는 아내인 배우 이다인과 올초 병문안을 다녀온 적 있다고 떠올렸다. “저희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으셔서 아프신 데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오셔서 배웅해주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안타까워한 그는 “존경하고 특별한 관계의 선생님이셨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배우로 활동해주신 것이 저희에게는 영광이었다”고 애도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순재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최 장관은 고인을 기리며 “연극, 영화, 방송을 아우르며 70년의 세월 동안 늘 우리 국민과 함께하며 울고 웃으셨다”며 “선생님이 남기신 발자취는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선생님, 우리 모두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