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환경연대·권향엽 의원 주최… ‘수소환원제철’ 기술 및 정책 논의
POSCO, 한국형 기술 ‘HyREX’로 승부수…“저품위 분광석 활용 강점”

[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파고 앞에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한국 철강업계가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고로(용광로) 방식을 버리고,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제철 공정으로의 전환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국회에서는 포항환경연대와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 주최로 ‘탄소중립 및 수소환원제철 국회포럼’이 열렸다. 이날 전문가들은 수소환원제철이 단순한 신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명운을 건 ‘플랫폼 전환’임을 강조하며, 국무총리 산하 전담 기구 신설 등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포럼의 핵심 화두는 단연 수소환원제철(Hydrogen Reduction Steelmaking) 기술이었다. 기존 제철 방식이 석탄(코크스)을 환원제로 사용하여 필연적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면,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사용하여 물(H₂O)만 배출하는 획기적인 공법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조명종 포스코 미래철강연구소장은 포스코가 독자 개발 중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상세히 소개했다.
조 소장은 “HyREX는 수소를 환원제로, 전력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혁신 공정”이라며 “특히 원료 확보가 용이한 저품위 분광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로-전기용융로’ 방식을 채택해 한국 철강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철 회수율과 슬래그 재활용 등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선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의 청사진은 명확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한 숙제다. 포스코가 실증사업에 8,100억 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산업 전체의 전환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는 “해외 선진국인 독일,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해 정부가 조 단위의 재정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유 대표는 “수소환원제철은 개별 기업의 과제가 아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적 필수 전략”이라며 “국무총리 산하에 ‘수소환원제철전환청’을 신설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관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광양과 포항을 아우르는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고로의 퇴장은 정해진 수순이며, 대규모 전력과 예산이 소요되는 이 전환 과정을 뒷받침할 국정과제 수립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과 자본 투입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과 소통 부재가 리스크로 지적되기도 했다.
한정석 탄소제로전국넷 공동대표는 “포스코의 HyREX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지역 주민과의 협력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를 들며 주민 공청회와 의견 수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 대표는 “현재 주민들은 환경 파괴와 안전 문제, 인프라 건설에 따른 생활 불편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불신을 키우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를 ‘온 국민의 공유재산’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분위기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날 “탄소중립 시대의 철강 산업은 새로운 혁명을 요구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제2의 철강 기적’을 다짐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wawakim@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