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내년엔 꼭 달라지겠다.”

지난 주말 고척에서 만난 롯데 최준용(24)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문제는 그 다짐을 떠받칠 변화가 전혀 없다는 점. 달라지려면 움직임이 필요하다. 지금의 롯데는 조용하다 못해 정적에 가깝다. 과연 내년에 진짜 바꿀 수 있을까.

롯데의 올시즌은 ‘허탈함’으로 끝났다. 8월 초까지만 해도 3위를 지키며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다. 그런데 체력과 전력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추락했다. 후반기 12연패가 뼈아팠다. 결국 시즌 7위로 마무리했다. 올해도 부산 가을은 없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겨울잠’에 들어간 모양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뜨겁게 요동치는 동안 롯데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구단들이 전력 보강을 통해 구멍을 메우는 동안 롯데는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낸 셈이다.

최준용은 “12연패가 너무 괴로웠다. 내년에는 정말 잘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달라지는 일은 없다. 외부 전력 보강 없이 현재 전력만으로 상위권을 노리기엔 부족하다. 롯데가 지금처럼 조용하다면, 올해와 크게 다를 이유가 없다는 냉정한 전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외국인 구성 역시 불안 요소다. 외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와 재계약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나머지 외인 투수 2명은 아직이다. 외인 선수는 물론, 아시아쿼터까지 이미 전원을 채운 팀들도 있다. 롯데는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모양새다. 외인 구성은 시즌 성패를 좌우한다. 이 부분이 늦어지는 만큼 불안도 커진다.

결국 롯데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외부 보강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전력을 끌어올릴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육성 중심으로 미래를 정비할 것인지.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분명 내부 전력에도 희망은 있다. 부상으로 빠졌던 한동희가 돌아오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두 명의 복귀만으로 팀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롯데는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 “내년엔 달라지겠다”고 했다. 말은 익숙하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올해 역시 지금 흐름만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전례 없는 추락을 겪은 올해다. 이제는 정말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육성이라면 육성, 윈나우라면 윈나우. 결정이 필요하다. 말로만으론 달라질 수 없다. 움직여야 팀이 변화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