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지난달 30일 렛츠런파크 서울 제8경주 ‘제43회 그랑프리(G1, 혼OPEN, 2,300m, 총상금 10억 원)’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가장 어린 3세마 클린원이 강력한 우승 후보를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기록은 2분 25초 2.

2015년 볼드킹즈 이후 10년 만의 3세마 우승이다. 또 1998년 신세대 이후 27년 만에 나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자 1991년 가속도 이후 34년 만에 터진 9마신 차 대승이다. 역대 그랑프리 우승 3세마 최고 기록도 썼다.

올해 그랑프리는 출전 라인업 발표부터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일본 원정마 유메노호노오가 인기 1위로 꼽혔고, 글로벌히트·원평스톰·강풍마 등 대상경주 강자가 포진해 ‘별들의 전쟁’으로 불렸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경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외곽 11번 클린원이 힘 있게 튀어나오며 선행을 잡았고, 뒤이어 원평스톰과 나올스나이퍼가 추격했다. 세 마리는 4코너까지 견고한 선두권 그룹을 형성하며 레이스를 이끌었다. 2300m라는 부담 있는 거리에도 클린원은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직선주로 진입과 동시에 격차를 벌리며 승부를 확정짓는 질주를 선보였다.

이번 경주는 의미 있는 기록이 연달아 나오며 경마계의 새로운 흐름을 보였다. 특히 3세마의 잠재력이 돋보였다. 우승한 클린원, 6위에 오른 원평스톰, 10위로 완주한 사탕소녀까지. 모두 생애 첫 2300m 도전임에도 안정적인 경주력을 선보이며 팬 사이에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서울 출전마의 성장도 주목할 만했다. 강풍마는 출발에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으나, 직선주로에서 강한 걸음으로 스피드영을 5마신 차로 따돌리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원평스톰은 글로벌히트를 제치고 6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고, 3세마 사탕소녀 역시 비록 10위였지만 한때 이름을 날렸던 나올스나이퍼·석세스백파를 앞지르는 성적으로 잠재력을 입증했다.

문현철 조교사는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말 컨디션이 좋았고 주로와 전개가 잘 맞아 떨어진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첫 출전에 첫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에 감격스럽다. 조교사로 마음고생도 이런 순간이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원과 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부경 3조가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실바 기수는 “부산을 대표하는 기수로 서울에서 열린 그랑프리에서 우승해 정말 자랑스럽다”며 “클린원이 잠재력을 충분히 보였고 앞으로 더 성장할 말이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큰 힘이 되고,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서울 7경주에서는 제1회 KRA 스프린트@서울이 열렸다. 강력한 스프린터가 출전해 단거리만의 빠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접전을 펼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우승은 매직포션(4세, 미국, 거, 레이팅 87, 김광두 마주, 문병기 조교사)과 장추열 기수다. 기록은 1분 11초 7. 1200m 평균 기록을 뛰어넘었다.

매직포션은 직전 경주까지 이어진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선두권 뒤에서 침착하게 경주를 풀어간 매직포션은 직선주로에 들어서자 압도적인 추입력을 발휘해 강력한 우승 후보인 실버레인을 6마신 차로 따돌리며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장추열 기수는 “매직포션은 원래 선행과 앞선 전개에서 강점을 보이는 말이다. 장거리 경주를 뛰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스프린트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단거리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더 힘이 난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며 경마 팬에게 감사해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