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 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한국오픈 최초 예선 통과자 우승 역사 썼다

[스포츠서울 | 천안=김민규 기자] “아직도 2홀이 남은 것 같은데… 끝난 게 맞나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은 듯 했다. 양지호(37·스릭슨)는 끝내 믿지 못하는 표정이다. 한국 남자 골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아무도 해내지 못한 역사를 썼다. 그것도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우승이다.
양지호가 ‘내셔널 타이틀’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오픈 역사상 최초의 ‘예선 통과자 우승’이란 새 이정표를 세웠다. 1라운드부터 최종일까지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정석이었다.
양지호는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736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7개로 5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그는 2위 찰리 린드(스웨덴·5언더파 279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이변’이 아니다. 한국오픈 68년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이야기다. 양지호는 애초 본선 직행자가 아니었다. 예선을 거쳐 어렵게 출전권을 얻었다. 그것도 예선 통과 순위는 18위였다. 겨우 본선 무대에 올랐던 선수가 결국 우정힐스 정상까지 정복했다.
더 놀라운 건 경기 내용이다. 우정힐스는 국내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운 코스로 꼽는 곳이다. 빠른 그린과 깊은 러프, 압박감까지 더해져 매년 수많은 강자들이 무너진다. 하지만 양지호는 달랐다. 대회 내내 흔들리지 않았다.
1라운드 단독 선두로 시작한 그는 2·3라운드에서도 리더보드 맨 위를 지켰다. 마지막 날 오버파를 적으며 흔들렸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9번 홀(파4) 칩인 버디는 사실상 우승을 향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 나선 양지호는 “오늘 정말 많이 떨었다. 어제 한 번 경험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행운도 많이 따랐다. 너무 행복하다”면서 “아직까지 2홀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끝난 것 맞나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9번 홀 어프로치가 잘 되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고 돌아봤다. 다.
우승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는 순간, 양지호는 결국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고 나서 마지막 퍼트는 거의 눈물의 퍼팅이었다”고 울먹였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에는 가족이라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현재 아내는 임신 중이다. 오는 12월 태어날 아이의 태명은 ‘무럭이’. 양지호는 이번 대회 내내 무럭이를 이야기하며 버텼다.
그는 “힘들 때마다 무럭이 생각하면서 버텼다”며 “아내와 태어날 무럭이에게 정말 고맙다. 항상 묵묵히 지켜봐주시는 부모님께도 오늘 보답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국오픈 우승 자체도 그에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양지호는 2023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이후 우승이 없었다. 한국오픈 최고 성적도 2019년 공동 20위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컷 탈락했다. 그랬던 선수가 올해 우정힐스에서 인생을 바꿨다.
양지호는 “한국오픈은 우승을 상상조차 못했던 대회다. 내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팬 여러분들이 많이 응원해줘 감사하다. 경기 내내 집중하느라 인사를 잘 못 드렸는데, 이제는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