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유병재는 오랫동안 사회 풍자의 얼굴이었다.

청년의 불안, 직장인의 피로, 사회 초년생의 애환을 웃음으로 바꿔왔다. 대중이 그에게 공감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무겁게 말하면 외면당할 이야기를, 가볍지만 날카롭게 건드리는 감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더 예민하게 읽혔다. 최근 유병재가 공동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블랙페이퍼의 인턴 채용 공고가 온라인에서 비판을 받았다. 문제의 핵심은 업무 내용과 고용 형태의 불균형이었다.

콘텐츠 기획, 팀 운영, 아티스트 브랜드 전략 수립, IP 활용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 사실상 실무 핵심에 가까운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고용 형태는 정규직 전환과 무관한 6개월 계약직 인턴으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블랙페이퍼 측은 공고를 삭제했다. 공고 삭제 이후에도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핵심 쟁점에 대한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고를 내린 것과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다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채용 실수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병재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 직장인, 청년 세대의 현실을 소재로 삼아 왔다. 직장문화의 부조리와 세대 갈등을 풍자하며 공감을 얻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공동 설립한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 없는 6개월 인턴’에게 과도해 보이는 업무 역량을 요구했다는 점은 대중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겼다.

한 채용업계 관계자는 “인턴 채용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인턴에게 맡길 업무 범위와 책임 수준은 명확해야 한다”며 “PM이라는 직무는 프로젝트 조율과 실행 관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는 6개월 인턴에게 실무 핵심을 기대하는 듯한 공고라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경험 제공’보다 ‘저비용 인력 활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계의 채용 공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다비치 강민경은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 아비에무아의 CS 경력직 채용 공고로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공고에는 3년 이상 경력직 채용 조건과 낮은 연봉이 함께 제시돼 비판이 커졌다. 논란 이후 강민경은 SNS를 통해 사과했고, 연봉 조건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가수 우즈 역시 최근 해외 공연 무급 스태프 모집 논란으로 고개를 숙였다. 독일 공연 스태프 모집 공고에 한국어·독일어·영어 능력, K팝 공연 경험, 조명·음향 관련 지식 등을 요구하면서도 ‘봉사자’로 표현된 무급 조건이 담겨 비판을 받았다. 이후 우즈 측은 현지 공연 운영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이 연예인 사업체에 더 엄격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연예인의 이름값은 곧 사업의 신뢰 자산이 된다. 브랜드와 회사는 개인의 이미지 위에서 성장한다.

유병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블랙페이퍼가 유병재와 무관한 회사처럼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다. 그가 사회 풍자로 쌓아온 이미지는 회사의 호감도에 도움을 줬지만, 논란이 생기면 책임의 기준 역시 함께 높아진다.

특히 콘텐츠 업계는 청년 구직자들이 많이 몰리는 분야다. 화려해 보이지만 노동 구조는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단위 업무, 야근, 짧은 계약, 낮은 처우가 반복되는 현장도 적지 않다. 그래서 채용 공고의 문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성장 기회’라는 말이 실제 보상과 고용 안정성 없이 쓰일 때, 구직자들은 곧장 열정페이를 떠올린다.

유병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고를 지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오해였는지, 실제 인턴에게 맡기려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과해야 한다. 사회적 감수성을 자산으로 삼아온 인물이라면, 자신의 회사가 받은 비판에도 같은 감수성으로 답해야 한다.

유병재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논란은 공고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옮겨간다. 채용 공고는 지워졌지만, 사과는 아직 없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끝난 것이 아니라 멈춰 서 있는 상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