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재고 야구부의 6개월 출전정지 중징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최근 총리급인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징계를 두고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이에 청와대는 “혐오와 조롱을 단호히 거부하는 정부 기조와 다른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공개 경고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월 임명 당시에도, “친일은 당연” “세월호 추모는 천박함의 상징” 등의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정치권도 뛰어들었다. 국민의힘은 학생의 미래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학생의 미래를 진정 걱정한다면, 역사적 참사를 응원가처럼 소비한 현실부터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6개월 출전정지가 과하냐, 아니냐로만 보면 본질을 벗어나게 된다.
만약 독일에서 학생 선수들이 상대팀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아우슈비츠 가야지. 가스데이”를 외쳤다면 어땠을까.
그것을 학생들의 일탈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라고 감쌀 수 있을까.
스타벅스 논란을 빌려 상대팀 광주일고를 조롱한 응원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5·18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세운 피의 역사다. 이를 조롱한 건 역사의 무지와 함께 민주화운동의 상처를 겨냥한 말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선수들의 진학과 진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징계 수위를 두고 논쟁할 수 있다. 학생에게 평생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도 수긍이 간다. 잘못을 바로잡되, 회복의 길을 열어두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말이 혐오와 조롱을 가볍게 넘기자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학생들이 왜 그런 구호를 외쳤는지, 누가 그런 인식을 방치했는지, 학교와 지도자는 무엇을 가르쳤는지 묻고 따져야 한다.

독일에서 아우슈비츠를 희화화한 응원이 경기장에서 울려 퍼졌다면, 그 사회는 먼저 표현의 자유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떻게 그런 말이 응원이 되었는지, 교육은 어디서 실패했는지 따졌을 것이다.
제주4·3과 5·18, 그리고 세월호 같은 참사를 조롱의 소재로 삼는 문화가 청소년 사이에서 스낵 콘텐츠처럼 소비된다면, 그것은 특정 학교 야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은 사회를 보고 배운다. 온라인에서 혐오가 농담처럼 유통되고, 정치권이 역사를 진영의 도구로 쓰고, 어른들이 상대를 조롱하는 말을 박수치면 학생들도 따라 한다.


반대로 다른 장면도 있다. 제주 오현고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응원 카드섹션은 역사와 공동체를 기억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응원이라도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교육이 되기도 하고 폭력이 되기도 한다.
배재고 학생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징계가 끝이어서도 안 된다. 반성문 몇 장과 출전정지 몇 달로 끝낼 일도 아니다.
필요한 건, 경기장 안에서 무엇이 응원이고 무엇이 혐오인지 알아야한다. 지도자는 승패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언어와 태도를 지도해야 한다. 학교는 역사 교육을 시험 범위가 아니라 생활의 기준으로 세워야 한다
정치권도 학생을 보호한다는 말로 진영의 유불리를 계산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이용해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무엇을 조롱하면 안 되는지 배우게 하는 책임이 있다.
배재고 선수들의 미래는 소중하다. 그래서 더 엄격한 교육이 필요하다. 혐오를 응원으로 착각한 학생을 그냥 두는 것이야말로 그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kenn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