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한국배구연맹(KOVO) 대한항공 9년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제 6~8대 총재를 역임했던 대한항공 조원태 전 총재는 적극적인 지원과 과감한 결단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연경 효과를 적극적으로 살려 V리그를 겨울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로 발전시켰고, 지난시즌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상황에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를 소방수로 투입하기도 했다. 역대 가장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총재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동시에 그가 구단주로 있는 대한항공은 적극적 투자로 ‘왕조’ 시대를 열었다. 프로배구 흥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도 있다. ‘균형감’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조 전 총재는 ‘100점짜리 구단주’로 볼 만하지만, 바로 그 포지션으로 인해 다른 구단에 위화감을 안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구단주와 총재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한 자리인데 구단 쪽으로 쏠려 외부의 눈총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지난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나온 판정 논란으로 인해 어수선하던 상황에서 상대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총재사’인 대한항공도 성적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팀 운영 면에서는 잡음도 일으켰다. 최근 이사회를 통해 개정된 ‘대한항공법’만 봐도 그렇다. 대한항공은 시즌 막바지 챔프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일을 반복해 비판을 받았다. ‘팀’이라는 개념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종의 편법을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KOVO는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를 5라운드까지만 교체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제 9대 총재로 임기를 시작한 이호진 총재와 그가 구단주로 있는 흥국생명에는 좋은 샘플이 될 만하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발전을 이끈 전임 총재의 리더십은 본받으면서도, 균형감과 공정성을 잃지 않는 게 이 총재 앞에 놓인 최대 숙제다.

이를 인지하는 듯 그는 “구단주는 아무래도 우리 선수만 쳐다보게 된다. 남자 선수들을 잘 모른다. 이제 관심을 갖고 외우려고 한다”라면서 “이제 넓게 봐야 한다. 배구 전체가 어떻게 발전할 건지 보는 입장에 섰다”라고 말했다. 구단을 초월해 V리그 모든 곳을 두루 살피겠다는 자세가 엿보였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동시에 총재사로서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리그의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가치 판단을 하는 팀이 되길 기대한다. 배구팀장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