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전=김민규 기자] 이게 정말 한국(LCK)과 중국(LPL) 1번 시드의 맞대결이 맞을까. 기대를 모았던 ‘바이퍼 더비’는 승부라기보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초반부터 단 한 번도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고, 빌리빌리 게이밍(BLG)은 압도적인 운영으로 경기를 끝냈다.
한화생명은 9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열린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승자조 결승(결승 직행전) 1세트에서 BLG에 24분 58초 만에 완패했다.
이번 맞대결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바이퍼 더비’였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생명의 에이스였던 ‘바이퍼’ 박도현이 올해 BLG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과 처음 마주했다. 여기에 ‘제카’ 김건우가 시그니처 카드인 요네를 꺼내 들자 경기장은 큰 함성으로 들끓었다.

하지만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 시작 3분경 정글 교전에서 ‘카나비’ 서진혁과 ‘딜라이트’ 유환중이 연이어 쓰러지며 한화생명이 먼저 흔들렸다. BLG는 곧바로 첫 드래곤까지 확보하며 초반 주도권을 장악했다.
7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BLG가 한화생명 정글에서 오브젝트를 챙기자 이를 끊으려던 ‘구마유시’ 이민형과 ‘딜라이트’가 다시 잡혔다. 이어 공허의 유충까지 모두 가져간 BLG는 운영과 오브젝트를 동시에 장악하며 격차를 벌렸다.

9분 만에 사실상 승부가 기울었다. 바텀에서는 박도현이 ‘구마유시’를 잡아냈고, 탑에서는 ‘제우스’ 최우제와 ‘카나비’까지 차례로 쓰러졌다. 킬 스코어는 순식간에 8-1. 글로벌 골드 차이도 12분 만에 4000 이상 벌어졌다.
한화생명은 반격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15분경 바텀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BLG의 역습에 에이스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한 번 벌어진 체급 차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제카의 요네는 BLG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지 못했다. 공격적인 플레이는커녕 ‘나이트’에게 솔로킬까지 허용했고, 경기 시작 18분 만에 킬 스코어는 16-2, 글로벌 골드는 8000 가까이 벌어졌다.

이후 경기는 BLG의 일방적인 쇼케이스였다. 세 번째 드래곤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린 BLG는 한화생명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교전을 걸었고, 한화생명은 맞서기보다 물러서기에 급급했다. 20분경에는 전령을 앞세워 미드 2차 포탑까지 손쉽게 철거했고, 이어 바론과 영혼 드래곤까지 모두 확보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2분경 바텀으로 진격한 BLG는 억제기를 파괴한 뒤 숨을 골랐고, 마지막 본진 한타에서 다시 한 번 에이스를 띄우며 24분 58초 만에 넥서스를 무너뜨렸다.
‘바이퍼 더비’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일방적인 경기였다. 한화생명은 교전, 운영, 오브젝트, 라인전 어느 하나에서도 BLG를 위협하지 못했다. LCK와 LPL의 1번 시드간 맞대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