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사극과 오컬트, 판타지를 결합한 야심 찬 시도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은 귀신이 존재하는 궁궐을 무대로 한국형 오컬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야심만큼 이야기가 따라가지 못한다. 신선한 세계관을 펼쳐놓고도 정작 이를 끌고 가는 서사와 연출이 흔들리면서 기대만큼의 만족감은 남기지 못한다.

‘동궁’은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 분)과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생강(노윤서 분)이 왕(조승우 분)의 명을 받아 동궁에 깃든 저주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연못귀신에게 세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현실과 귀의 세계를 오간다.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설정이다. 사극과 오컬트, 판타지를 한데 엮었다. ‘궁궐’이라는 익숙한 공간에 한국형 귀신 설화를 더했고,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은 구천이 직접 귀의 세계로 넘어가 귀신과 싸우며 해결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현실과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구조는 기존 한국 오컬트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초반부는 실제로 몰입감이 상당하다. 세자들의 의문의 죽음, 궁궐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 귀신들의 정체를 하나씩 추적하는 과정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실과 귀의 세계를 교차시키는 연출 역시 처음에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문제는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드러난다.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사건은 ‘연못귀신’ 하나인데, 이를 8부에 걸쳐 풀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인물과 반전이 얽힌다. 연못귀신이 탄생하게 된 사연에 여러 인물의 과거와 비밀을 계속 덧붙이다 보니 정작 중심 사건은 뒷전이 된다. 한 번쯤이면 충분할 반전이 반복되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면서 서사는 점점 산만해진다.

결국 마지막에 연못귀신의 정체와 모든 진실이 밝혀질 즈음에는 이미 긴장감이 상당 부분 소진된다. 오랫동안 쌓아온 미스터리가 해소되는 순간임에도 카타르시스보다는 피로감이 먼저 찾아온다.

연출도 들쭉날쭉하다. 귀신들이 촉수를 이용해 인간을 공격하는 설정은 독특하지만 CG 완성도는 장면마다 편차가 크다. 초반 원귀들의 비주얼은 소름을 유발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액션에서는 CG의 이질감이 눈에 띈다. 특히 최종회 마지막 전투신에선 과거 중국 무협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연출이 강해지면서 작품이 초반에 쌓아온 분위기와도 어긋난다.

주인공들의 연기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구천 역의 남주혁은 큰 체격을 활용한 액션에서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다만 사극 특유의 말맛을 살리진 못한다. 대사 자체가 현대극과 사극의 어조를 오가는 탓도 있지만, 남주혁 역시 현대극 톤이 강해 사극의 호흡과 완전히 어우러지지 못한다.

노윤서 역시 생강의 강단 있는 면모는 안정적으로 표현하지만 감정이 폭발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뻣뻣하다. 극의 중심축을 이끌어야 하는 두 배우가 캐릭터에 완전히 밀착되지 못하면서 이야기의 힘도 함께 약해진다.

반면 왕 역의 조승우와 대비 역의 장영남은 등장하는 순간마다 극의 공기를 바꾼다. 왕과 대비로 마주하는 장면은 압도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배우의 존재감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정작 주인공인 남주혁과 노윤서가 상대적으로 묻힌다.

조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세자 역의 곽동연은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박수무당 역의 이홍내는 특유의 하이톤을 살려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분명 ‘동궁’은 사극과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를 결합한 신선한 도전이다. 결말에서도 세계관 확장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매력적인 설정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갈 이야기의 힘이 부족했고, 연출과 CG, 배우들의 연기 밸런스 역시 완성도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