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홈스탠드서 T1·DK에 0-2 패배

‘체급의 젠지’ 옛말?

경기력·운영 완성도 동시 하락세

연패 길어지면 ‘롤드컵’ 장담 어려워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호랑이의 안방이 손님들의 잔치가 됐다.

지난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과 e스포츠 월드컵(EWC), LCK를 휩쓸며 ‘체급의 젠지’로 군림했던 젠지가 올시즌 흔들리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시작된 균열이 이제 안방까지 번졌다. 자신들이 마련한 홈스탠드 ‘하우스 오브 젠지’에서 T1과 디플러스 기아(DK)에 연이어 무너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젠지는 7월31일~8월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6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시즌 3라운드 팀 로드쇼 ‘하우스 오브 젠지’에서 T1과 DK에 나란히 세트 스코어 0-2로 완패했다.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치른 첫 홈스탠드. 결과가 잔인하다. T1과 DK는 승점과 분위기를 모두 챙겨 돌아갔다. 정작 호스트 젠지는 이틀 동안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행사를 마쳤다.

더 뼈아픈 것은 경기 내용이었다. 특히 T1전 2세트는 올시즌 젠지의 문제를 압축해 보여줬다. 초반 교전에서 앞섰고 ‘기인’ 김기인의 쿼드라 킬까지 터지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킬 스코어와 글로벌 골드, 오브젝트까지 모두 앞섰다.

과거의 젠지라면 그대로 끝냈을 경기다. 그게 안 됐다.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다. 바론 앞 한타 한 번에 모든 주도권을 내줬다. 한때 ‘역전승의 대명사’라 했다. 이제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팀이 됐다.

유상욱 감독도 운영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T1전 2세트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다”며 “조합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빠르게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WC 준결승에서 패했던 DK를 상대로도 반전은 없었다. DK는 ‘루시드’ 최용혁을 중심으로 한 운영과 날카로운 한타 집중력으로 젠지를 압도했다. EWC 챔피언다운 완성도였다.

홈스탠드 2연패로 젠지는 14승6패(세트 득실 +15)를 기록하며 레전드 그룹 4위까지 밀렸다. 한때 선두를 바라봤다. 이제는 뒤에서 따라오는 팀들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부진의 원인을 특정 선수나 한 라인에서만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동안 ‘룰러’ 박재혁과 ‘듀로’ 주민규의 바텀 라인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에는 기인과 ‘쵸비’ 정지훈마저 존재감이 옅다. 팀 전체의 경기력과 운영 완성도가 동시에 떨어졌다는 진단을 피하기 어렵다.

젠지를 상징했던 ‘체급’도 보이지 않았다. 과거 젠지는 경기가 길어질수록 상대가 먼저 불안해지는 팀이었다. 올시즌은 경기가 길어질수록 흔들림이 커진다. 한 번의 판단 실수가 그대로 패배로 이어진다.

젠지는 오는 5일 MSI 챔피언 한화생명e스포츠, 7일에는 KT 롤스터와 맞붙는다. 안방에서 드러난 균열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긴 연패와 함께 올가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을 향한 길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