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감성 폭발…브로드웨이 2년 만에 품은 무대 ‘KOREA’
앨리샤 키스도 반한 150분의 전율…명작이 새롭게 시작된 역사의 현장
11월8일까지 GS아트센터…12월부터 부산 드림씨어터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인생에서 가장 처음 뜨겁게 끓어오르는 열정과 자유가 시작되는 열여덟. 누군가에게는 반항의 시기고,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 시간이다. 부모는 사춘기라고 말하지만, 청춘에게는 세상을 향해 가장 확실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이다. 사랑도, 우정도, 꿈도 모든 것이 서툴지만 누구보다 진심인 나이. 미국 브로드웨이 화제작 뮤지컬 ‘헬스키친’은 바로 그 찬란하고도 치열한 청춘의 시간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헬스키친’은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앨리샤 키스의 자전적인 성장기를 그의 음악에 품어 제작된 작품이다. 단순히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니다. 그의 실제 경험과 삶을 바탕으로 꿈, 가족, 사랑, 인종, 정체성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며 화해로 연결시킨다.
한국 공연에는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자기만의 열정과 자유를 찾아가는 ‘앨리’ 역은 손승연, 김수하, 박지원이 앨리샤 키스의 가장 솔직했던 ‘낭랑 18세’ 시절을 노래한다. ‘앨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싱글맘 ‘저지’ 역은 박혜나, 최현선이 연기한다. ‘앨리’의 음악적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멘토 ‘미스 라이자 제인’ 역은 정영주와 김영주가 맡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아빠 ‘데이비스’ 역 케이윌과 테이, ‘앨리’의 첫사랑 ‘넉’ 역 박광선과 한승윤 등 32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 부모는 울고, 청춘은 공감…가족을 위로하는 힐링의 시간
199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 서쪽 헬스키친. 지금은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범죄와 마약, 폭력이 뒤섞인 거친 동네였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18세 소녀 ‘앨리’는 자유를 꿈꾸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를 과보호하는 엄마 ‘저지’와 끊임없이 충돌한다.
엄마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딸이지만, ‘앨리’에게 엄마의 사랑은 자신을 가두는 족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운명처럼 만난 피아노와 멘토 ‘미스 라이자 제인’은 ‘앨리’가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발견하도록 이끌고, 음악은 가족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가 된다.
작품은 부모와 자녀의 갈등을 단순한 세대 차이로 소비하지 않는다. 첫사랑의 설렘, 이혼가정의 외로움, 인종차별, 사회적 편견, 자아 찾기, 모성애까지 누구나 살아가며 한 번쯤 마주하는 감정을 촘촘하게 엮어내며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세대를 뛰어넘어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드는 힘은 ‘헬스키친’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말로 두들겨 맞았던 문장들이 대사가 됐다. 부모 세대에게는 자녀와 부딪혔던 지난날의 기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현재 자신의 고민을 떠올리게 만드는 현실적인 대사들은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 토니상 휩쓴 화제작, 앨리샤 키스도 직접 날아왔다
‘헬스키친’은 202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상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2025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뮤지컬 시어터 앨범상’을 수상하며 화제성을 넘어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이번 한국 공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한국 공연 자체가 새로운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개막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 한국에서 성사됐다. 이는 글로벌 라이선스 프로덕션의 출발점이 한국이라는 의미이자, K-뮤지컬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원작자인 앨리샤 키스의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한국 프로덕션의 캐스팅과 보컬 디렉팅에 직접 참여했다. 지난 7월 24일 서울 초연 개막 공연을 관람하며 한국 팬들과 소통했다. 해외 창작자가 라이선스 공연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 뉴욕의 영혼이 서울로 이동…함성과 떼창으로 화답 “New York~”
무엇보다 ‘헬스키친’의 진짜 주인공은 음악이다.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앨리샤 키스의 음악들로 구성된 넘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If I Ain’t Got You‘, ’Empire State of Mind‘를 비롯한 앨리샤 키스의 대표곡들은 단순히 뮤지컬 넘버로써의 삽입곡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이끄는 중요한 장치로 재탄생했다.
힙합과 R&B, 재즈, 블루스, 미디엄 템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가 이어지며 공연장은 마치 1990년대 뉴욕의 라이브 클럽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990년대 팝송 모음 앨범 ‘Now’ 감성을 아는 관객이라면 몰려오는 감수성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유행했던 브랜드의 의상들을 입은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영혼이 담긴 뉴욕의 감성이 그 시대의 헬스키친 거리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여기에 파워풀한 스트리트 댄스와 쏘울 가득한 안무가 어우러져 공연 내내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에너지를 선사한다.
‘헬스키친’은 청춘의 성장 이야기를 넘어 가족을 이해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뉴욕의 감성과 브로드웨이의 완성도, 그리고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에너지가 만나 탄생한 이번 공연은 올 하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라이선스 뮤지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앨리샤 키스의 음악과 뉴욕의 영혼이 결합된 ‘헬스키친’ 서울 공연은 오는 11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어 12월부터 부산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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