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우려는 시기상조였던 모양이다. 최근 발표된 7월 수입차 판매 통계를 보면 전기차 비중이 전체의 절반(49.8%)에 육박하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바야흐로 전기차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을 넘어 본격적인 대중화 궤도에 진입한 시기. 이 뜨거운 상승장에 불을 지피기 위해 기아가 야심 차게 꺼내든 카드가 바로 소형 전기 SUV ‘EV3’다. 서울 도심에서 출발해 파주 자유로를 달리는 시승 코스, 출발 전부터 스마트폰 블루투스를 연결했다. 기획 연재 ‘가요타요’의 이번 선곡은 밴드 데이식스(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청량하고 에너제틱한 밴드 사운드가 EV3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과 기분 좋게 맞아떨어졌다. 데이식스의 시원한 보컬이 차 안에 울려 퍼진다.



EV3의 첫인상은 노래 가사처럼 풋풋하면서도 당찬 청춘을 닮았다.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차 EV9을 옹골차게 축소해 놓은 듯한 외관은 ‘베이비 EV9’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특히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된 주간주행등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다부진 인상을 준다. 측면부의 역동적인 실루엣과 볼륨감 있는 펜더는 소형 SUV임에도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 당당한 스탠스를 완성한다.
차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깜짝 놀랄 만한 공간이 펼쳐진다. 휠베이스가 2680mm에 달해 소형 SUV임에도 1열과 2열 모두 넉넉하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시각적인 시원함을 제공한다. 특히 센터콘솔에 적용된 ‘슬라이딩 콘솔 테이블’을 앞으로 당기면 마치 작은 카페나 내 방 책상 앞에 앉은 듯한 안락함을 선사한다. 최첨단 디지털 기기이면서도 친근한 생활 공간으로 다가오려는 세심한 배려다.


음악에 몸을 맡긴 채 가속 페달을 밟고 본격적으로 도로에 나섰다.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베이스 톤이 묵직하게 심장을 때린다. 가속은 내연기관차와는 확연히 다른, 전기차 특유의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감각이 매끄럽다.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솔직하게 말할게, 많이 기다려왔어”라는 구절이 흘러나올 때쯤, 고속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였다.
81.4kWh 배터리(롱레인지 기준)와 150kW 모터의 조합은 일상 주행에서 차고 넘치는 힘을 발휘한다.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가속력이라기보다는,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직하고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승차감 역시 발군이다. 소형차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을 ‘스마트 주파수 제어 쇽업소버’가 영리하게 잡아내어 과속방지턱이나 거친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준다. 정숙성 또한 탁월해 고속 주행 중에도 데이식스의 악기 사운드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은 건 ‘아이페달 3.0’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트를 통해 회생제동 단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강한 단계를 설정해도 이전 세대의 전기차처럼 몸이 고꾸라지는 불쾌함이 없다. 덕분에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도 내연기관차를 몰던 감각 그대로 울렁거림 없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마치 밴드 음악에서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앙상블을 이루는 느낌이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데이식스의 노래가 서서히 페이드아웃 되며 끝을 맺는다.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EV3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준비를 마친 듯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501km(롱레인지 17인치 휠 기준)를 달릴 수 있는 든든함, 동급 최고 수준의 사양, 그리고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 초중반으로 진입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까지. 대중화를 향한 전기차의 새로운 장(Chapter)을 열기 위한 깊은 고민이 이 작은 차체 안에 빽빽하게 담겨 있다. 바야흐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 기아 EV3는 자동차 역사에 아주 멋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달릴 채비를 모두 마쳤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