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하윤경이 ‘아파트’를 통해 조연 이미지를 넘어 작품의 중심을 이끄는 배우로 한 단계 도약했다. 코믹부터 눈물, 강단 있는 감정 연기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차세대 믿보배’를 넘어 여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하윤경은 JTBC 드라마 ‘아파트’에서 강하리 역을 맡아 극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그는 특유의 현실적인 연기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박해강(지성 분)과 가짜 가족으로 얽힌 강하리의 씩씩하고 생활력 강한 인물을 생생하게 완성했다.
무엇보다 ‘아파트’는 하윤경에게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로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단순히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을 넘어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선을 직접 끌고 가는 힘을 보였다.

첫 등장부터 달랐다. 변호사 시험에 낙방한 뒤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강하리의 현실적인 처지를 말투와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 녹여냈다. 전작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하윤경은 씩씩하면서도 어딘가 짠한 강하리의 면모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코믹 연기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혼신의 막춤을 추거나 소고를 엉망진창으로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연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가짜 가족이라는 사실이 들킬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과장된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 역시 하윤경 특유의 생활 연기와 어우러져 강하리의 매력을 배가했다.

하지만 웃음이 사라진 순간 하윤경은 전혀 다른 얼굴을 꺼냈다. 언니 강하정(류현경 분)의 장부 조작 사실을 알게 된 강하리가 눈물을 쏟는 장면에서는 깊은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언니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인물의 아픔과 가족을 향한 진심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강단 있는 연기도 강렬했다.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성추행범에게 통쾌하게 맞서는 장면에서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이충원(박병은 분)과 마주한 순간에는 전혀 밀리지 않는 눈빛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특히 “너구나? 우리 언니 죽이려고 한 놈이”라고 맞서는 장면에서는 흔들림 없는 표정과 단단한 목소리로 강하리의 강인함을 보여줬다.
이처럼 하윤경은 한 인물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연기의 결을 자유롭게 바꿨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부터 절절한 눈물 연기,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타이밍과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강하리를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했다.

특히 지성, 류현경, 박병은 등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상대 배우의 연기에 맞춰 치고 빠지는 완급을 조절하고 장면마다 적절한 에너지를 배분하며 작품 전체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쳤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평가에 걸맞은 연기 내공이 빛난 대목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아파트’ 마지막회에서는 변호사가 된 강하리가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당당한 변호사로 돌아온 강하리의 해피엔딩은 하윤경에게도 의미 있는 마침표가 됐다.
‘아파트’를 통해 하윤경은 더 이상 조연에만 머무르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웃기고 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보여준 하윤경이 이제 본격적으로 ‘차세대 여주인공’ 라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차지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 가는 생활 밀착 휴먼 드라마다. 지난 16일 마지막회에서 7.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