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눈은 맑다. 표정도 평온하다. 그런데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 박병은이 ‘아파트’의 이충원으로 ‘맑눈광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이유다.

박병은은 소리치고 인상을 쓰는 전형적인 악역과 반대로 움직였다. 차분한 얼굴과 느긋한 말투를 유지한 채 광기를 드러냈다. 행동이 잔혹해질수록 표정은 오히려 담담해졌다. 그 간극이 이충원을 더 섬뜩하게 만들었다.

우스워 보일 수 있는 장면에서도 박병은의 무표정과 건조한 호흡은 되레 기괴한 순간으로 바뀐다. 잔혹한 상황에서도 연기의 온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명패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뒤 손과 얼굴, 옷에 피가 묻었지만 태연하게 돌아다녔다.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의 장례식장에서도 동요하지 않았다.

선상에서 다금바리 회를 상대의 입에 쑤셔 넣고 초장까지 붓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행동은 극단으로 치닫지만 눈빛과 목소리는 평온하다. 잔혹함보다 죄책감이 보이지 않는 얼굴이 더 큰 공포를 남겼다.

박병은은 큰 동작보다 시선과 호흡으로 광기를 만들었다. 평범한 대사에는 미세한 위협을 실었고, 잔잔한 표정 사이로 순간적인 폭발을 끼워 넣었다. 맑은 눈과 뒤틀린 행동이 한 얼굴에서 충돌했다.

지난 1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 마지막 회에서는 이충원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렀다. 작품은 시청률 7.7%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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