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기로 딛고 제2의 전성기’ 서건창
타율 0.322·5년 만에 시즌 100안타
최대 6억→12억 ‘히어로즈급 예우’
“강팀은 지나간 일…밑바닥부터 다져야”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행동으로 보여야 말에 힘이 생긴다.”
말보다 먼저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베테랑의 경험과 연륜을 그라운드 위에 녹여냈고, 구단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해 이례적인 연봉 인상으로 화답했다. 키움 서건창(37)은 “요행을 바라지 않고 밑바닥부터 다지는 게 강팀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4년 연속 최하위가 유력한 키움. 그 속에서도 분명한 수확은 있었다. 지난시즌 KIA에서 방출된 뒤 은퇴 기로까지 내몰렸던 서건창의 복귀다. 팀 타율 0.244에 리그에서 유일하게 500득점과 500타점을 채우지 못한 타선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통산 1500안타와 2000루타를 차례로 넘어섰고, 5년 만에 시즌 100안타 고지도 다시 밟았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팀을 이끌자 키움도 발 벗고 나섰다. 달라진 입지를 인정해 기존 2년 총액 최대 6억원의 계약 조건을 유지하면서도 옵션 특약을 추가, 최대 12억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웠다. 야구계 안팎을 놀라게 한 파격적인 예우다. 키움 관계자는 “가치에 걸맞은 대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뛰어난 활약엔 확실히 보답한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개막 직전 손가락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 전념했고, 5월에야 1군에 합류했다. 올시즌 86경기에서 타율 0.322, 108안타 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1을 기록 중이다. 타율 부문 전체 9위. 설종진 감독은 “시즌 전 구상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애초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구단 특성상 경험이 다소 부족한 저연차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그만큼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건창은 “히어로즈에 몸담았던 시절까지 포함해 구단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진심을 담다 보면 선수들이 따라와 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백 마디 말보다 행동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그래야 명분이 생긴다”며 “복귀 후 첫 시즌인 만큼 몸소 실천한 뒤에 얘기해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옅어졌어도 팀 컬러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예전에 강팀이었다는 사실은 지나간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아 처음부터 재정비해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깨에 놓인 책임도 가볍지 않다. 밑바닥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는 점에선 자신의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과도 닮았다. 서건창은 “내가 있는 동안 아랫바닥을 잘 다지고 싶고, 올해가 그 과정의 시작”이라며 “요행을 바라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