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일단 편하게 해줘야…”
2025년 전체 1라운드 1순위. 출발선에서는 앞섰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는 유망주가 있다. 지난해 데뷔전에서 KBO리그 역대 고졸 신인 12번째 데뷔승을 챙긴 키움 정현우(20) 얘기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올시즌 선발진에서 밀려나 불펜으로 나서고 있다.
어느덧 시즌 막바지인 가운데 키움의 불펜 운용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선발을 불펜으로, 불펜을 선발로 돌렸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도 사실상 모호하다. 프로 입단 전부터 왼손 파이어볼러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던 정현우도 예외는 아니다.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돼 데뷔하자마자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정현우만의 문제로 돌리기도 어렵다. 2025시즌 당시에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18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5.86에 머물렀다. 선발의 덕목인 이닝 소화력에서도 아쉬움을 남겼고, 5이닝을 넘어가면 체력이 떨어지면서 대량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에선 경기 수가 늘어난 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3년을 넘어 4년 연속 최하위가 유력한 키움엔 그럴 여유조차 없다.
올시즌 출발 역시 선발이었다. 지난 4월2일 문학 SSG전에 한 차례 등판해 5이닝 6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빠졌다가 7월에야 불펜으로 복귀했지만,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8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96에 그쳤고, 26일 고척 삼성전과 30일 잠실 두산전에선 2경기 연속 홈런을 내주며 고전했다. 설상가상 불펜에서도 확실한 역할 없이 추격조로 나서거나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등 ‘끼워 맞추기’식 운용이 이어졌다.
프로 데뷔 2년 차인 만큼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데다, 선수 육성을 둘러싼 물음표도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1이닝 전력투구를 펼치는 불펜에서도 평균 구속이 150㎞에 미치지 못하면서 예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불펜 전환도 구속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사령탑의 설명이다. 설종진 감독은 “편안하게 해줘야 구속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지난해도 초반엔 잘 던지다가 후반에 많이 떨어졌는데 체력적으로 지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선발보다는 중간계투로 기용하면서 본인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