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43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귓가를 맴돈 음악은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곡들이었다.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피어리스(FEARLESS)’, 시련과 마주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의 굳건한 메시지는 도로 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 차량의 설계 철학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고성능 차량이 가져야 할 거친 야성미를 품고 있으면서도, 일상 주행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여유로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은 무대 위아래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르세라핌의 퍼포먼스를 쏙 빼닮았다. 얌전한 세단의 탈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오직 완벽한 달리기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해 태어난 이 우아한 맹수와 함께 도심과 외곽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그 숨겨진 진가를 깊이 있게 확인해 보았다.

◇ 압도적인 블랙 카리스마와 공기역학적 실루엣의 조화

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을 발하는 짙은 블랙 바디는 굳이 요란한 엔진음을 내뿜지 않아도 도로 위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낮게 깔린 차체와 볼륨감 넘치게 부풀어 오른 좌우 펜더는 당장이라도 앞으로 튀어 나갈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차량의 전면부를 꽉 채우는 세로형 파나메리카나 그릴과 그 정중앙에 큼지막하게 박힌 메르세데스의 삼각별 로고는 AMG만의 고성능 DNA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상징이다.

날렵하게 찢어진 헤드램프는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처럼 강렬하게 전방을 주시한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앞이 길고 뒤가 짧은 롱 후드 숏 데크의 전형적인 클래식 스포츠카 비율이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루프 라인과 어우러져 공기역학적 아름다움의 극치를 완성한다.

정지해 있는 순간조차도 맹렬하게 달리고 있는 듯한 역동성을 부여하는 이 외관 디자인은 도로를 장악하는 지배자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여기에 노면을 꽉 움켜쥘 듯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AMG 전용 멀티 스포크 투톤 휠과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 그리고 그 안에서 묵직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며 자리 잡은 브레이크 캘리퍼는 이 차가 품고 있는 가공할 만한 제동력과 한계치 높은 달리기 성능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증명하고 있다.

◇ 시각을 자극하는 레드 인테리어와 최첨단 주행 환경의 만남

육중한 프레임리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외관의 시크하고 차가운 블랙 컬러와 완벽한 시각적 대비를 이루는 강렬한 붉은색 인테리어가 탑승자를 맞이하며 운전자의 심박수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최고급 천연 가죽 소재로 정교하게 마감된 붉은색 스포츠 시트는 단순히 시각적인 럭셔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과격한 코너링과 맹렬한 고속 주행에서도 운전자의 몸을 단단하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 주는 기능적인 완벽함까지 갖췄다.

항공기 엔진 터빈을 연상케 하는 클래식한 원형 송풍구와 운전석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된 인체공학적 콕핏 설계는 마치 고성능 레이스카 혹은 최첨단 우주선에 탑승한 듯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센터패시아 중앙에 비스듬히 자리 잡은 대형 터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차량의 세밀한 세팅부터 내비게이션, 미디어 등 모든 상태를 직관적이고 손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내 곳곳을 은은하고 다채롭게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달리기 중심의 전투적인 공간에 최고급 라운지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덧입혔다. 개방감을 선사하는 선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자연광은 이 붉은색 실내 테마를 더욱 매혹적이고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만들며, 벤츠 특유의 고상한 우아함과 AMG의 과격한 스포티함이 어떻게 충돌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 손끝에서 완성되는 드라이빙 카타르시스, 질주 본능을 깨우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 전 가장 먼저 두 손이 향하는 곳은 역시 두툼한 그립감과 미끄러짐 없는 타공 소재로 꼼꼼하게 마감된 묵직한 AMG 스티어링 휠이다. 스티어링 휠 좌우 하단에 위치한 직관적인 원형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는 순간, AMG GT 43은 르세라핌의 군무가 절정에 달했을 때 터져 나오는 에너지처럼 거칠고 맹렬하게 포효하기 시작한다.

시동과 함께 차량 후면에서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특유의 거친 배기음은 일상의 답답함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강력한 베이스 사운드와도 같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자마자 지연 현상 없이 즉각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토크와 운전자의 의도대로 기민하게 반응하는 칼날 같은 핸들링은 오감을 짜릿하게 일깨운다.

복잡하고 막히는 도심 구간에서는 르세라핌의 ‘이지(EASY)’ 가사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여유롭게 도로의 흐름을 타다가도, 뻥 뚫린 외곽 고속도로나 굽이진 험난한 와인딩 구간을 만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숨겨둔 맹수의 발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아스팔트를 지배한다. 메르세데스-AMG라는 칭호에 걸맞은 완벽한 무게 중심 밸런스와 정교하게 다듬어진 서스펜션 세팅은 어떠한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운전자에게 불안감 대신 잊지 못할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타협하지 않는 강력한 퍼포먼스와 도로 위에서의 흔들림 없는 굳건한 태도, 메르세데스-AMG GT 43은 그 자체로 자동차라는 틀을 넘어선 도로 위의 가장 단단하고 당당한 아티스트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