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즈 3연패’ 구케 듀오, 이젠 ‘적’

구마유시 “민석이 도움 못 받아 아쉬워”

케리아 “상대팀 민형이, 더 까다롭다”

옛 짝꿍 넘어야 LCK 결승 간다

[스포츠서울 | 종로=김민규 기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 2002년생 동갑내기 절친이자 ‘환상의 짝꿍’이었다. 수없이 함께 바텀을 지켰고, 세계 정상에도 나란히 섰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구마유시’ 이민형과 ‘케리아’ 류민석이 같은 유니폼이 아닌 서로의 결승행을 막아야 하는 ‘적’으로 마주한다.

지난해까지 T1의 바텀을 책임진 이민형과 류민석은 세계 정상급 봇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2023~2025년까지 T1의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연패를 함께하며 ‘왕조’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올해 이민형이 한화생명e스포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두 사람의 길도 갈라졌다.

그리고 운명처럼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한화생명과 T1은 오는 12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2026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 진출전을 치른다. 승자는 13일 ‘디펜딩 챔피언’ 젠지와 왕좌를 다툰다. 패하면 그대로 시즌이 끝난다.

결전을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LCK 파이널 시리즈 기자간담회.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에게 서로 떨어져 보니 느끼는 ‘아쉬움과 좋은 점’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먼저 이민형은 옛 짝꿍의 빈자리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T1에 있을 때 민석이에게 플레이나 밴픽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아쉽다”고 말했다.

류민석도 옛 동료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민형이는 나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게임 안팎으로 팀이 건강한 마인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 선수”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애정은 애정이고 승부는 승부다. 오히려 너무 잘 알기에 더욱 까다로운 상대다. 류민석은 “떨어져서 좋다거나 싫다거나, 아쉽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면서 “민형이가 T1에서 보여줬던 장점을 한화생명에서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상대팀에서 만나니 상당히 까다롭다”고 평가했다.

한화생명에는 또 다른 옛 동료 ‘제우스’ 최우제도 있다. 류민석은 “민형이와 우제가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한화생명도 두 선수의 강점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밴픽적으로 잘 대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민형도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류민석과의 맞대결을 두고 “민석이와 경기하는 것은 재미있다. 잘하는 바텀을 상대하는 재미가 있고, 그런 상대를 이겼을 때 더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제 두 사람의 옆에는 새로운 ‘짝꿍’이 있다. 류민석은 T1에서 함께하는 ‘페이즈’ 김수환에 대해 “피지컬이 좋고 자신만의 각이 있다. 한타를 설계하는 방식도 다른 원거리 딜러들과 비교해 특별한 점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를 듣던 김수환이 “동의한다”고 짧게 받아치면서 현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민형은 한화생명에서 호흡을 맞추는 ‘딜라이트’ 유환중을 두고 “닉네임처럼 햇살 같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웃음 속에서도 목표만큼은 분명했다. ‘결승’, 그리고 ‘우승’이다. 특히 류민석에게 LCK 정상은 오랜 갈증이다. T1의 마지막 LCK 우승은 2022년 스프링이다. 그는 “마지막 우승이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하다”며 “월즈에서는 우승했지만 LCK 우승은 한 번밖에 없다. 내 실력에 비해 커리어가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LCK 우승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함께 세계 정상에 올랐던 ‘구·케 듀오’는 이제 서로를 넘어야 결승으로 갈 수 있다. 누구보다 서로의 장점과 스타일을 잘 알기에 더 까다롭고, 그래서 이겼을 때 더 짜릿하다. 12일 KSPO돔에서 둘 중 단 한 명만 웃으며 결승으로 향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