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러·구마유시·페이즈 ‘원딜 삼국지’

서로 인정한 ‘젠·한·티’ 필살기는

기인·카나비·케리아도 ‘경계 또 경계’

웃음 속 칭찬·견제…이제 실전이다

[스포츠서울 | 종로=김민규 기자] “‘페이즈’는 변수 창출과 피지컬, ‘구마유시’는 라인전과 한타 센스가 좋아요. 제 강점이요? 똑똑하게 플레이하는 것 같습니다.”

젠지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이 먼저 운을 떼자, 한화생명e스포츠 ‘구마유시’ 이민형도 질 수 없다는 듯 받아쳤다. 이민형은 “‘페이즈’는 피지컬과 한타 집중력이 좋고, ‘룰러’는 자기만의 각과 노하우가 있다. 나는 라인전에 자신 있다. 나도 똑똑하게 플레이하는 편”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졸지에 ‘똑똑한 원딜’이 두 명이 됐다. 마지막 차례는 T1 ‘페이즈’ 김수환. 두 선배의 장점은 술술 얘기하더니 정작 자신의 강점을 묻자 “저는…잘 생각이 안 나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왕좌를 놓고 싸워야 할 경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칭찬과 견제, 웃음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서로의 무기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평가도 구체적이었다. 2026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마지막 무대에 살아남은 젠지·한화생명·T1의 ‘입담 전쟁’부터 뜨거웠다.

8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2026 LCK 파이널 시리즈 미디어데이. 팀에서 선수 2명씩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원거리 딜러가 대표 나섰다. 젠지 박재혁, 한화생명 이민형, T1 김수환이다.

박재혁과 이민형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강점으로 나란히 ‘똑똑함’을 내세운 가운데, 막내 김수환은 두 선배의 ‘노련함’을 높이 샀다. 그는 “두 선수 모두 직접 경기해 보면 쌓인 데이터가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정작 자신의 장점을 선뜻 떠올리지 못하자 옆에 있던 ‘케리아’ 류민석이 ‘내 원딜 챙기기’에 나섰다. 류민석은 “‘페이즈’는 피지컬이 굉장히 좋고 본인만 보는 각이 있다. 한타를 설계하는 방식도 다른 원거리 딜러들과 비교해 특별하다”고 대신 자랑했다. 그러자 김수환은 기다렸다는 듯 “동의한다”라며 짧게 받아쳐 현장에 웃음을 더했다.

유쾌한 티키타카는 다른 포지션으로 번졌다. 세 팀 대표 선수 가운데 유일한 탑라이너인 젠지 ‘기인’ 김기인에게 한화생명 ‘제우스’ 최우제와 T1 ‘도란’ 최현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기인은 “‘제우스’는 유기적인 움직임과 합류 타이밍을 많이 생각하는 선수다. ‘도란’은 변칙적인 한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무기는 무엇일까. “나는 교전이나 한타를 잘하는 것 같다”고 짧지만 자신 있게 답했다.

이번에는 김기인과 한화생명 ‘카나비’ 서진혁, 류민석이 서로를 평가했다. 칭찬이었지만 정작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하나같이 골치 아픈 장점들이었다.

류민석은 “‘카나비’는 망설임 없는 플레이로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데, 그런 플레이의 타율까지 높다”고 경계했다. 김기인에 대해서는 “탑에서 정말 다양한 구도를 소화한다. 팀에서 원하는 게 뚫는 것이든 버티는 것이든 모두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김기인 역시 서진혁의 ‘예측 불가’를 위험 요소로 꼽았다. 그는 “생각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과감하게 공격한다. 실제로 당하면 대처하기 어렵다”고 했다. 류민석을 향해서도 “움직임이나 한타에서 만드는 플레이의 타율이 높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진혁도 화답했다. 그는 “‘케리아’는 레나타 같은 챔피언을 잡았을 때 일반적인 서포터가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을 해낸다”며 “‘기인’은 원거리 챔피언부터 탱커까지 모두 잘한다”고 평가했다.

웃으며 서로를 치켜세웠지만, 왕좌는 하나뿐이다. 한화생명과 T1이 먼저 결승 진출전에서 맞붙는다. 살아남은 한 팀만이 결승에 선착한 ‘디펜딩 챔피언’ 젠지를 상대로 2026 LCK 왕좌에 도전할 수 있다.

노련함과 판단력을 앞세운 ‘룰러’, 강력한 라인전의 ‘구마유시’, 폭발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페이즈’. 여기에 무엇이든 소화하는 ‘기인’, 망설임 없이 파고드는 ‘카나비’, 번뜩이는 변수를 만들어내는 ‘케리아’까지.

미디어데이에서는 웃음과 칭찬이 넘쳤다. 그러나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더욱 까다로운 상대들이다. ‘젠·한·티’의 유쾌한 티키타카는 끝났다. 이제 KSPO돔에서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왕좌의 주인을 가릴 차례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