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백합배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왼쪽)과 커제 9단이 대국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조병모기자]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에 기사회생해 몽백합배 승부를 최종 제5국으로 이어갔다.

이세돌(33)은 4일 중국 장쑤성 루가오시에서 열린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5번기 제4국에서 백을 잡고 중국의 커제(19)를 상대로 160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2승2패를 기록했다. 우승 180만위안(약 3억2400만원), 준우승 60만위안(약 1억800만원)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몽백합배 5국은 5일 오전 10시반 열린다. 이세돌은 이로써 커제와의 상대전적에서 2승5패를 기록했다.

벼랑에 선 이세돌은 이날 스스로 약점이라는 포석단계에서 좋은 흐름을 타면서 앞서나갔다. 방송 해설자 박정상 프로는 과거 이세돌의 바둑에 가깝다고 설명하며 특히 좌하귀의 포석에서 정석을 비틀어 새로운 수를 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세돌은 중반까지 리드를 지키자 우변과 중앙으로 이어지는 수순에서 처음에는 대마사냥에 나섰다가 이후 변심해 집싸움으로 선회하면서 대등한 상황까지 쫓겼다.

그러나 그 순간 커제가 사활이 걸린 대마의 안정을 구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악수를 두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세돌은 이를 응징하면서 커제는 돌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몽백합배 4국을 해설한 박정상 프로와 이를 복기한 국가대표 유창혁 감독 모두 “이세돌 9단에게 운이 따랐다”고 평할 정도로 커제는 급격히 무너졌다. 검토기사들도 “역대 세계대회 결승전 중에서 가장 허무한 마무리”라고 할 정도로 커제가 쉬운 걸 어이없이 착각하면서 몰락했다. 이세돌 9단이 몽백합배 5국을 승리로 이끌 경우 이세돌은 2012년 12월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3년 1개월만에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게 된다.

◇결승 1국, 3연패 끊은 이세돌

지난달 30일 중국 난퉁 진스 호텔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몽백합배 제1국에서 이세돌은 커제에 143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개인 3연패를 끊어냈다.

중반 어지러운 전투에서 먼저 우변을 취한 다음 백의 좌하변 가일수를 기다려 오히려 흑을 살려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수읽기에서도 완벽히 승리했다.

◇결승 2국, 수순착오와 팻감 부족으로 통한의 역전패

지난달 31일 제2국에서 이세돌이 221수만에 백 불계패를 당했다.

2국도 흐름은 이세돌이 먼저 잡았다. 백을 든 이세돌은 초반부터 두텁게 판을 짜가며 앞서갔다. 중반 중앙 흑을 잡은데 이어 좌상귀 백을 살려냈다. 좌하 백의 사활이 승부처로 떠올랐는데, 이세돌은 안에서 살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에워싼 흑을 위협하며 타개하려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수순착오를 일으키며 통한의 패착을 뒀다. 안에서 살거나 수상전을 통해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장면에서 패가 되면서 팻감 부족으로 커제에게 역전패했다.

◇결승 3국, 2국 놓친 트라우마 벗지 못해

2일 열린 제3국에서 이세돌은 238수만에 흑 불계패를 거뒀다. 초반부터 신중하게 국면을 운영했다. 12수까지는 2국과 동일한 진행이었다. 그 다음 수에서 이세돌이 먼저 변화를 구하며 좌하귀의 1차 절충을 마무리했다.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 같았던 국면은 이세돌이 우변 백진에 부딪혀가며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곳의 접전이 뜻한대로 풀리지 않아 80수까지 놓인 오전 형세는 이세돌에게 약간 불리하게 돌아갔다.

종반은 끝내기 싸움. 좌변 패를 둘러싼 공방이 중요한 열쇠를 쥔 상황에서 이세돌의 중앙 처리가 부족했다. 그로 인해 7집반 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개시 6시간 40분 만에 돌을 거뒀다.

brya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