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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나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언급하며 체육계 영재 프로그램 마련을 주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차관 재직 당시 대통령이 정씨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대통령이 정유라 얘기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야당에서 정씨와 관련해 ‘공주승마’ 이야기가 나왔을 당시 대통령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 부정적으로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정씨처럼 끼가 있고 능력이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 프로그램 등을 만들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차관은 정씨의 국가대표 선발 의혹과 관련해 문체부 차관으로 오기 전 상황이었다고 선을 그은 뒤 경찰 수사나 문체부 감사가 있었다는 것을 들어서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문화계 대통령’ 차은택씨 측이 개발한 ‘늘품체조’ 시연행사에 체조 국가대표 손연재가 참석한 것도 청와대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연회에 손연재 등을 초청한 건) BH(Blue House·청와대)의 아이디어였다”며 “시연회는 대통령 행사여서 문체부가 아니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에서 시나리오와 참가자를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가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아 ‘스포츠영웅’에서 제외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차관 시절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장관을 건너뛰고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을 2013년 12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체육계에 대해서는 수시로 보고해달라’고 했다”면서 “체육계 개혁과 관련해서는 직접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순실 씨의 추천으로 공직을 얻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체육계 현안을 아는 여성이 있다는 소개를 받고 최 씨를 만났고,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체육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외엔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 씨가 헌재에서 “김 전 차관 이력서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 보낸 사실이 있다”고 한 것과 대조되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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