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철 여서정
한국 체조의 샛별 여서정(왼쪽)과 그의 아버지 여홍철이 14일 전북 전주시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육대회 기계체조 여자고등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주 | 서장원기자 superpower@sportsseoul.com

[전주=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한국 체조계 샛별 여서정(16·경기체고)이 처음으로 출전한 전국체육대회에서도 3관왕을 차지하며 코앞으로 다가온 세계선수권대회 전망을 밝혔다.

여서정은 14일 전북 전주시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 기계체조 여자고등부 도마와 마루운동 결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전날 단체전에서도 195.034의 압도적인 점수로 1위를 차지한 여서정은 이로써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2년 만에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 금메달을 안긴 여서정은 전국체전에서도 여전한 실력을 뽐내며 한국 체조계의 떠오르는 기대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처음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여서정은 밝은 표정으로 현장을 찾은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학교 교수와 함께 취재진 앞에 섰다.

3관왕에 올랐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여서정은 “영광스럽고 좋기도 하지만 실수가 많이 나온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여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실수를 좀 했다. 그 부분이 아쉽지만 본인이 잘하고 있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좋은 결과 냈다는 것에 만족한다. 다음주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잘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서정의 멘토이자 선생님은 당연히 아버지 여 교수다. 과거 여 교수가 현역 때 활용했던 기술을 동영상으로 찾아보며 많은 걸 배운다. 여서정은 “동영상으로 찾아 봤는데 ‘저 기술을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만 든다”며 웃었다. 여 교수는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의 높이 차이가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근력이 좋기 때문에 여자가 ‘여2’를 구현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자에게도 ‘여2’는 고난도 기술이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김한솔이 ‘여2’로 금메달을 땄다. 고난도 기술이기에 여자 선수가 하려면 세월이 더 지나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버지 여 교수가 현역 시절 ‘여2’ 등 본인만의 기술로 명성을 떨쳤듯이 딸 여서정도 본인의 이름을 딴 ‘여서정’이라는 기술을 연마 중이다. 난이도가 높은 만큼 완성도는 아직 떨어진다. 여서정은 “아직 경기 때 잘 활용을 안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완성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여 교수 역시 “나도 잘 모른다. 전혀 기술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여서정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강심장이다. 경기에서 좀처럼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 교수는 이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그러기 쉽지 않다. 긴장된 순간에 미소를 짓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서정이는 안그렇더라. 내 선수 시절보다 서정이가 낫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사실 경기하면서 엄청 많이 떤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많이 떨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받다보니 긴장이 더 많이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중의 관심이 만들어낸 부담감을 이겨내고 최고의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 앞으로 여서정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체조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된 여서정이지만 이제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하다.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다. 여 교수는 운동 때문에 많은 것을 자제해야하는 것이 안쓰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정이는 생각이 깊은 아이다. 분명 말 못하는 고민도 있을 것이다. 난 그저 뒤에서 믿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며 따뜻한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

아시아를 평정한 여서정은 오는 25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전을 이어간다. 설렘과 기대, 그리고 걱정이 공존한다. 여서정은 “아직은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 내가 그 선수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 여서정에게 여 교수는 웃으며 “잘해”라고 말했다. 여서정도 밝은 미소로 “네”라고 대답했다. 부녀의 눈은 벌써 세계선수권대회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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