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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팀이 너덜너덜해졌다. 투혼으로 오늘까지만 버텨달라고.(박기원 대한항공 감독)”
“요스바니가 가족을 떠나 있어서 그런가, 컨디션 회복이 관건이다.(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양 팀 수장은 경기 전 고민부터 꺼내들었다. 외인 공격수 가스파리니부터 세터 한선수와 황승빈 등 주력 선수가 시즌 개막 전 각종 국제대회를 소화, 대한항공은 3~4라운드 들어 체력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백업 요원을 활용해 4경기 연속 풀세트 승리로 버텼지만 나흘 전 현대캐피탈에 1-3 완패하며 선두를 내줬다. OK저축은행은 외인 요스바니 상태에 관심이 쏠려 있다. 시즌 초 선두였다가 4라운드 5위까지 추락했는데, 요스바니가 라운드를 거듭하며 공격 성공률이 뚝 떨어진 게 문제였다. 1라운드에 60.87% 였으나 4라운드 들어 44.59%로 50%가 채 되지 않았다. 직전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셧아웃 승리하며 5연패에서 탈출한 게 위안이었다. 박 감독이 ‘팀 컨디션’, 김 감독이 ‘요스바니 컨디션’을 우려한 가운데 올스타 브레이크 전 마지막 경기에서 웃고 재정비하겠다는 밑그림을 같았다.
승자는 OK였다. 14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시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대한항공과 원정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16-25 28-26 25-22 18-25 15-11)승리를 거뒀다. 12승11패(승점 37)를 기록한 OK는 삼성화재(승점 35)를 따돌리고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대한항공은 2연패 늪에 빠지면서 승점 47(16승8패)에 머무르며 선두 현대캐피탈(승점 51) 추격에 실패했다.
대한항공은 ‘1세트 징크스’를 털어내면서 승운이 따르는 듯했다. 이전 11경기에서 대한항공이 1세트를 따낸 건 1경기에 불과했다. 이날 180도 달랐다. 곽승석이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100% 공격 성공률로 5득점을 해냈고, 주춤하던 가스파리니도 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공격 득점에서 9-8, 블로킹에서 3-3으로 상대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범실이 5개로 OK(10개)보다 절반이나 적었다. 공격 성공률이 47%로 OK(30%)를 압도하면서 25-16 여유있게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도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서브 에이스를 시작으로 초반 7-4 점수 차를 벌렸다. OK의 반전 열쇠가 된 건 한상길의 높이와 요스바니의 부활이다. 한상길이 3연속 블로킹으로 점수를 8-7로 뒤집은 데 이어 1세트 1득점에 그친 요스바니가 스파이스 서브 득점을 비롯해 강력한 백어택을 앞세워 11득점을 해냈다. 듀스 승부에서도 둘의 결정력이 돋보였다. 24-24에서 한상길이 결정적인 블로킹을 해낸 데 이어 27-26에서 요스바니가 오픈 공격으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3세트는 ‘요스바니 쇼타임’이었다. 때리는 공마다 자신감이 느껴질 만큼 묵직하게 힘이 실리고 궤적도 절묘했다. 무려 13득점을 몰아쳤다. 요스바니가 살아나자 팀 전체 폭발력이 배가 됐다. 한상길에 이어 심경섭도 주요 고비에서 블로킹 3개를 해내면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역시 뒷심이 있었다. 4세트 11-11로 맞서다가 김학민의 두 차례 서브 에이스와 진상헌, 곽승석의 연속 블로킹으로 18-12 점수 차를 벌린 뒤 줄곧 리드를 지켰다. 리시브가 흔들린 OK는 범실 10개로 스스로 주저앉았다. 승부는 풀세트로 이어졌다. 양 팀이 서브 에이스를 주고받으면서 초반 6-6 팽팽하게 맞섰다. 차이를 가른 건 요스바니다. 강력한 퀵오픈으로 10-9 리드를 만든 그는 2연속 서브 에이스로 쐐기를 박으면서 OK 승리를 견인했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킬러’임을 재입증했다. 지난 라운드에서도 유독 대한항공만 만나면 훨훨 날았다. 1라운드에서 30득점, 3라운드에서 25득점을 올리는 등 매번 맹활약했다. 이날 역시 양 팀 최다인 36득점 개인 통신 2호 트리플크라운(서브 에이스 4개, 블로킹 4개)을 달성하면서, 김 감독의 경기 전 우려를 단 번에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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