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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최강팀을 누른 자신감이 상승세로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만년 하위팀이라는 이미지를 한 번에 벗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모그룹 없이 네이밍 스폰서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OK저축은행이 5년 여 만에 4연승 도전 자격을 얻었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지난 16일 아산 우리은행을 상대로 14점 열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할 때까지만 해도 OK저축은행이 잠재된 기량을 폭발하시 시작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OK저축은행 정상일 감독은 20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KEB하나은행전을 앞두고 “어, 어 하다가 이겼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일 한 번 저지른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승패를 떠나 리바운드 싸움에서만 앞서라고 주문한다. 상대보다 한 개라도 더 따내면 100점 차로 패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 100점 차가 날 수가 없다. 패해도 시소게임은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우리은행전에서 OK저축은행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35-33으로 우위를 보였다. 공격리바운드는 9-9로 동등했고 수비리바운드는 두 개를 더 했다. 12일 신한은행전에서도 37-26, 14일 KEB하나은행전에서는 40-33으로 앞섰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 이길 확률이 높다는 단순한 진리를 연승 과정에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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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빅맨이 없지만 단시간에 리바운드 능력이 향상된 비결이 있을까. 정 감독은 “매일 집중훈련을 빼놓지 않는다. 체력이든 기술이든 훈련을 할 때는 100%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설렁설렁 훈련에 임하면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몰아붙인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전에서도 전반을 17-31로 뒤졌을 때 “져도 된다. 대신 리바운드 싸움에서만 이겨라. 이 한 가지만 되면 100점 차로 패해도 나무라지 않겠다”고 당부했다. 강도높은 훈련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하더니 역전승을 일궈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단순히 “리바운드를 하라”고 강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리바운드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몸에 밸 수 있도록 반복훈련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감독은 “리바운드의 3대 원칙은 자리싸움과 뜨는 타이밍, 잡는다는 의미 세 가지다. 거창한 것 같지만 결국은 확률싸움이다. 확률을 알고 있으면 슈터의 위치에 따라 서야 하는 위치, 박스아웃 위치, 선수가 한꺼번에 몰렸을 때 같이 떠야 하는 이유 등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리바운드 하나만 잘해서 강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OK저축은행은 전반 내내 엔드라인이 뻥 뚤려 KEB하나은행 선수들이 제집 안방처럼 들락거렸다. 야투 성공률도 전반에 11%에 그쳤다. 이길 수 없는 경기력이다. 정 감독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다져야 하는 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리바운드부터 슛까지 프로가 갖춰야 할 기본기가 습관으로 밸 때까지 훈련을 해야한다”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