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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우리은행은 ‘삼광(三光)’의 활약으로 지난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이번 시즌에도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 라인업은 여전히 상대에 위협적이다. 여기에 대형 신인 박지현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은행의 ‘삼광’ 의존도도 조금씩 줄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기적같은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잡아 박지현을 뽑았다. 모든 팀이 탐내던 박지현이지만 우리은행에선 아직 주축이 아니다. 타 팀의 지명을 받았으면 주전으로 뛰고 있을 것이라는 평가지만, 박지현은 우리은행에서 여유를 갖고 출전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프로에 적응해가고 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비시즌 같이 운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지현이는 아직 크게 활용할 수 없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현이는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재능과 센스를 갖췄다. 어느 포지션이, 어떤 역할이 맞는지 뛰게 하며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지현은 식스맨으로 뛰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가드에서 포워드까지 맡는다. 상황에 맞춰 제 몫을 하며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 13일 삼성생명과의 홈경기가 박지현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제대로 확인한 경기다. 이날 박지현은 21분 17초를 뛰며 10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압권은 2쿼터였다. 22-19로 근소하게 앞선 채 시작한 2쿼터에 투입된 박지현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3점슛 2개 포함 10점을 기록했고, 우리은행은 순식간에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달아났다. 30-30으로 맞선 상황에서 박지현이 대담하게 던진 3점포가 링을 통과하며 우리은행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박지현은 2쿼터 후반 3점 플레이까지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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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은 정확한 3점슛을 과시했고, 박혜진이 쉴 때 포인트가드로 공격 조율도 했다. 수비에선 삼성생명 포워드 최희진, 김한별, 배혜윤을 맡기도 했다. 183㎝의 큰 키 덕분이다. 어려서 아직 요령은 부족해도 상대 패스 길목을 읽거나 돌파 길목을 미리 차단하는 등 센스는 돋보였다. 박지현이 포함되니 스위치 디펜스도 가능해 미스매치 없이 수비를 돌리는 장점도 누렸다. 게다가 대담하다. 여자농구의 경우 신인이 대선배들과 뛰면 주눅드는 경우가 많은데 박지현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선수같지 않다.
‘대형 신인’이라 불리며 주위 기대를 모았던 박지현이 빠르게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위 감독은 여전히 “아직”이라고 말하지만 내심 큰 기대를 하며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7연패를 노리는 우리은행은 다가올 단기전에서 주무기 ‘삼광’에 위력적인 ‘조커’까지 갖출 수 있다.
iaspir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