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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노련함이 패기를 이긴 경기였다.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한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팀 색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국도로공사는 V리그 대표 베테랑팀이다. 19일 김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평균연령이 우리나이로 32.4세였다. 세터 이효희(39)를 필두로 정대영(38), 임명옥(33), 배유나(30) 등 30대 선수들이 주축이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등록명 파튜)도 1985년생으로 34세다. 1993년생 박정아가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에서는 막내였다. 반면 GS칼텍스는 1980년대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젊은 팀이다. 이날 경기 스타팅 멤버의 평균연령이 24.4세로 한국도로공사보다 8세 어렸다. 김유리(28)가 최선참이었고 강소휘(22), 김현정(21) 등 20대 초반 선수들이 선발로 나섰다.

포스트시즌엔 체력이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번 플레이오프 1,2차전은 모두 풀세트로 이어졌기 때문에 두 팀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었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젊은 GS칼텍스가 3차전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강소휘와 이소영, 표승주 등 국내 선수들이 득점을 분담하며 신바람 나는 배구를 했다. 반면 30대가 주축인 한국도로공사는 발이 무거워 보였다. 공격성공률이 1세트 26.7%로 크게 떨어졌다. GS칼텍스(42.9%)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2세트 들어 45.7%로 끌어올렸으나 GS칼텍스는 51.4%더 높았다. 1,2세트에서 한국도로공사는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한 번도 먼저 가져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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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3세트에 시작됐다. 세트 중반까지는 팽팽했다. 2~3점 차로 한국도로공사가 앞서갔지만 GS칼텍스도 꾸준히 추격했다. 그런데 16-14에서 분위기가 크게 요동쳤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22-14로 벌어졌다. GS칼텍스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한국도로공사가 8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GS칼텍스는 점수 차가 벌어지자 크게 당황했다. 1,2세트 유지했던 수비 집중력이 사라졌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 번 잡은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련하게 점수를 올렸다. 20-14에서 이효희가 어려운 공을 왼손 주목으로 토스해 파튜가 마무리하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3세트에 9점 차 승리를 거두며 한국도로공사 진영 공기가 달라졌다. 불안감, 의기의식 대신 기대와 자신감이 흘렀다. 반면 GS칼텍스 선수들의 눈빛은 흔들렸다. 처음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두 팀의 분위기는 웜업존에서도 크게 엇갈렸다. 김천체육관 기자석 끝은 웜업존과 붙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인다. 3세트부터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밝아졌다. 반면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상황에서도 GS칼텍스 선수들의 얼굴은 얼어 있었다. 불안한 분위기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흐름을 탄 한국도로공사는 노련하게 흐름을 주도하며 승자가 됐다. 페이스를 상실한 GS칼텍스는 다 잡은 경기를 놓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나이 많은 한국도로공사는 체력에서 열세였지만 경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젊은 GS칼텍스는 경험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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