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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타일러 윌슨 | LG 트윈스 제공

[창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동료들이 수비에서 어느 정도 도움만 준다면 천하무적이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마다 동료들이 도와주질 못한다. 타선이 폭발하지 않아도 승리로 향하는 다리를 놓지만 수비 혹은 불펜진이 공든탑을 무너뜨리고 있다. LG 에이스 타일러 윌슨(30)이 무실점 괴력투에도 또 웃지 못했다.

윌슨은 16일 창원 NC전에 선발 등판해 90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펄펄 날았다. 팀홈런 1위 NC 타선을 상대로도 실점하지 않으며 방어율을 0.26까지 낮췄으나 8회말 동료들의 실수로 다시 한 번 승리가 날아갔다. LG는 폭투와 포수 실수로 허무하게 2실점해 2-2 동점이 됐다.

이날 윌슨의 투구 내용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마치 기계처럼 정확한 제구력과 특유의 무브먼트를 앞세워 시즌 초반 리그 최강 타선을 압도했다. 나성범~박석민~양의지로 이어지는 NC 막강 우타자 라인에 공격적인 투구로 맞섰다. 꾸준히 몸쪽에 컷패스트볼과 싱킹패스트볼을 구사하다가 바깥쪽 슬라이더와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실점위기에서 더욱 날카로운 공을 던지며 NC 주자들을 봉쇄했다. 7회말 반대투구 횟수가 늘며 불안했지만 힘으로 NC 하위 타선을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문제는 불펜진이 가동된 순간부터였다. LG는 8회말 이우찬을 올렸는데 이우찬은 첫 타자 이상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박민우를 투수 땅볼로 잡아 안정을 찾는가 했지만 나성범에게 다시 볼넷을 내줘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자 LG는 이우찬 대신 정우영을 올렸는데 정우영은 박석민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1사 만루로 몰렸다. 만루 위기에서 폭투가 나와 2-1, 양의지를 땅볼로 잡았지만 후속타자 권희동의 땅볼을 1루수 김용의가 제대로 받지못해 2-2 동점이 됐다. 8회말 두 불펜투수가 4사구 3개와 폭투 1개를 내줬고 야수들의 실책까지 최악의 상황이 겹치고 겹쳐 윌슨의 승리도 날아갔다.

윌슨은 지난해에도 리그 방어율 부문 2위(3.07)를 기록했음에도 9승에 그쳤다. 올시즌 첫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불운을 떨쳐내는가 싶었는데 최근에는 지난해보다 더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일 대전 한화전부터 10일 잠실 삼성전, 그리고 이날 경기까지 3연속 경기 비자책을 달성했지만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아무리 잘 던져도 수비가 실수하거나 불펜진이 무너져 승리가 날아간다. LG 또한 특급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순조롭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

정규이닝 후반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한 LG는 연장에서 윌슨이 잃어버린 행운을 고스란히 되찾은 듯 NC의 자멸로 결승득점을 올려 승리했다. LG는 11회초 유강남과 김민성이 연달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무사 1, 2루가 됐다. 타석에 선 김용의가 스트라이크에도 번트를 대지 못했고 그대로 2루 주자 신민재가 주루사를 당하는 것 같았으나 NC 내야진의 송구가 원활하지 못해 1, 3루로 찬스를 이어갔다. 결국 김용의가 친 내야땅볼에 3루 주자 신민재가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홈을 밟아 천금의 득점을 올렸다. 이어진 만루찬스에선 연달아 밀어내기 볼넷을 고르고 박용택의 2타점 적시타로 7-2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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