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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 사진제공 | IOC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2020 도쿄올림픽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사면초가 몰리는 형국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수영연맹(USA Swimming)과 영국육상연맹(UK Athletics)은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수영연맹은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이 IOC 측에 도쿄올림픽 연기를 주장해야 한다는 서신을 작성해 전달했다. 영국육상협회 닉 코워드 회장도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시설이 문을 닫았고 선수들도 올림픽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게 됐다”라면서 “지금은 건강이 최우선이고 개인의 복지가 보장돼야 한다”라며 올림픽을 연기해야 하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연기를 언급한 후로 공식 단체들에서도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영향력 있는 스포츠 단체들이 줄지어 올림픽 연기를 주장함에 따라 IOC와 일본 정부의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 정치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밀어부치려고 하지만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단체들이 거세게 저항할 경우 강행을 고집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미국수영연맹와 영국육상연맹은 국제 스포츠계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구실을 한다. 종목의 특성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수영과 육상에는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다. 수영만 해도 아티스틱 스위밍과 다이빙, 수구 등을 포함해 총 49개 종목이 포함돼 있다. 육상에서도 48개의 금메달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 최종 1,2위에 오른 스포츠 강국들이다. 자칫 이들이 공식적으로 올림픽 보이콧을 하고 나선다면 상황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목소리가 큰 이들이 공식적으로 올림픽 강행 불가를 선언하면서 다른 국가, 단체에서도 올림픽 연기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에서도 IOC에 도쿄올림픽 연기를 주장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고, 브라질 올림픽위원회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 여론이 IOC와 일본을 압박하는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독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토요일(주말) 축구 경기처럼 연기할 수 없다”라면서 당장은 연기 결정을 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올림픽 연기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책임감을 갖고 결정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지만 취소가 이상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올림픽을 취소하면 선수 1만1000명의 꿈을 깨는 것”이라고 취소 혹은 연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IOC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다. IOC는 이례적으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집행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IOC가 국제 여론을 의식해 새로운 조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22일에는 로이터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대회 연기 논의에 착수했다고 단독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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