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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골을 기록한 이정빈.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안양=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입대하는 이정빈(25)이 안양과 팬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정빈은 지난 24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남FC와의 3라운드 홈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맹활약했지만,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그는 지난 12일 발표된 2020년 2차 국군대표(상무)선수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려 25일 오후 2시 논산훈련소로 입소한다. 경남전이 그의 입대 전 마지막 경기였다.

이정빈은 전반 21분 선제골을 넣고 김형열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며 감사함을 표했다. 인천 유스 출신인 이정빈은 지난 시즌 안양에 임대돼 22경기에 나서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 안양에 완전 영입됐다. 그는 “감독님이 반대할 거라 생각했는데 ‘국방의 의무는 말릴 수 없다’고 쿨하게 말씀하셨다. 기분이나 마음이 좋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감독님이 저한테 많은 기회와 믿음을 줬다. 골을 넣고 감독님께 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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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남전 직후 염색한 머리를 삭발한 이정빈. 안양 | 박준범 기자

이정빈은 지난해 겨울, 팬들께 올여름이 되면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키기 위해 입대 확정 후 염색을 단행했다. 부천전 전에 염색했는데 색이 빠졌고, 3일 전 다시 한 번 진한 색으로 염색을 했다. 하지만 이정빈은 입대를 위해 이날 경기 후 경기장 밖 한 켠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안양 공식 후원살롱인 JLS 이철헤어커커평촌점의 카라 디자이너 선생님이 직접 경기장으로 찾아왔다. 떨어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 듯 이정빈은 “경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났는데 머리를 자르고 제 모습을 보니까 이제 군대 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이정빈을 향해 “돌아올 거죠? 약속해주세요”라고 외치는 팬들의 외침도 들렸다.

3경기만 뛰고 팀을 떠난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안양은 경남전까지 3연패를 당하며 힘든 시즌 출발을 하고 있다. 이정빈은 “마지막 경기였기에 한 주 동안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성적이 더 좋았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갔을 텐데…”라면서 “끝나고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동료들에게 거듭 미안함을 표했다.

안양 유니폼을 입은 지 일 년 남짓한 시간. 그럼에도 그에게 안양과 팬들은 잊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됐다. 이정빈은 “안양에 온 게 제 축구 인생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고맙고 중요한 팀”이라면서 “팬들의 사랑을 많이 느꼈다. 원정에서도 응원해주는 팬들께 감사했다. 팬들은 (안양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경기 중에도 팬들 응원 들으면 더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주에 가서도 안양의 모든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