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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못해 놀랍다. 눈에 띄는 광고 없이 조용히 사용자 수를 늘리더니 어느새 국내 2위 쇼핑 앱이 됐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 5월 한 달간 전국 6만명의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전 세대를 합쳐 가장 많이 이용한 쇼핑 앱은 ‘쿠팡’으로 나타났지만 그 뒤를 이은 곳은 G마켓도, 위메프도 아닌 당근마켓이었다. 쿠팡의 경우 5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중 이용자 수가 1349만명이나 됐고 당근마켓은 679만명, 11번가 604만명, G마켓 521만명, 위메프 372만명 순이었다.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의 사용량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왜 당근마켓은 이렇게 인기가 뜨거울까?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은 거꾸로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고 당근마켓만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마도 온라인을 통한 중고거래 시장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직거래로 대체했기 때문인 듯하다. 대부분의 중고거래 시장은 사기거래가 많아 고가의 제품을 선뜻 거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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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을 줄여서 붙인 이름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여느 온라인 플랫폼들과 달리 자신의 위치에서 반경 6㎞ 이내 거리의 사용자들과 중고거래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근거리에 사는 사람끼리 몇 번 거래하다 보면 동네에서 마주칠수도 있고 직거래가 늘게 돼 그만큼 사기 매물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당일 직거래를 통해 원하는 물건을 더 빨리 거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택배 발송에 따른 개인정보(연락처, 주소) 노출 걱정도 없다. 실제 당근마켓은 30대~40대 여성이 주 사용자일 정도로 기존 온라인 플랫폼 사용층에도 변화를 줬다. 판매자에 대한 피드백에는 ‘매너온도’ 지수를 도입해 우수 판매자와 불량 판매자를 판가름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 출신들이 뭉쳐 시작한 당근마켓은 2015년 처음 앱이 출시된 후 꾸준히 사용자를 늘려갔다. 2017년 10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했고 2019년 2월에는 500만을 돌파했다.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만 앱 다운로드 수가 1000만건을 뛰어넘었고 지금까지 받은 투자액만 470억원을 상회한다.
거래를 위한 별도의 등록비나 가입비는 전혀 없다. 사용자 수가 많아지니 중고거래 외에도 새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당근마켓은 새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신 소상공인들은 ‘지역광고’ 상품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광고할 수 있게 했다. 학원, 운송(용달), 음식점, 수리업체 등 인근 업체들이 당근마켓에 광고를 하는데 이 지역광고가 당근마켓의 주 수익원이다.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 수(MAU)는 700만명 이상이다. 실제 앱을 설치한 이들 상당수가 지속적으로 당근마켓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거래액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거래량이 7000억원을 넘었다. 수많은 쇼핑 앱이 해결하지 못한 앱 체류시간, 재사용률 등 여러 지표에서 무척 우수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상품이 아닌 중고상품 거래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이 같은 실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수많은 쇼핑 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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