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혁 감독, 박병호 홈런에 형님 미소 활짝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손혁 감독이 6회초 2사 중월홈런을 날린 박병호를 축하해주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아, 어떻게 세게 쳐요.”

올해 키움에는 특별한 홈런 세리머니가 있다. 홈을 밟은 타자주자가 손혁 감독의 가슴팍을 치는 것이다. 지난달 말 ‘감독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감독이 먼저 제안했다. 처음엔 영 어색해하던 선수단도 어느새 용인된 폭력(?)을 꽤 즐기는 모양새다. 이젠 거포들의 거침 없는 손목 스냅에 손 감독이 움찔하는 모습도 종종 포착된다.

지난 23일 LG전에서 박병호(34)에겐 두 차례나 기회가 찾아왔다. 3회와 6회 솔로포를 터뜨리며 꼭 한 달 만에 멀티홈런 경기를 했다. 시즌 초반 슬럼프가 길어지며 최근 1군 말소라는 극약처방까지 받았던 상황. 한국 최대 규모의 잠실구장에서도 중앙담장을 넘겼다는 건 홈런왕 부활의 전조로 보기 충분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단번에 털어낸 장타에 더그아웃에서 기다리던 사령탑도 시원하게 가슴을 열어젖혔다. 맞기 위해 기꺼이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그러나 홈런에 비하면 타격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두 번째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서까지 왼손으로 툭 건드리는 수준에서 세리머니를 끝내자 손 감독이 오히려 박병호의 등짝을 더 세게 쳤다. 오랜만에 경기 최우수선수로 인터뷰에 나선 박병호에게서 그 이유는 직접 전해졌다. “어떻게 세게 칠 수 있겠느냐”며 웃던 그는 “홈런치고 들어온 탄력으로 감독님을 치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셀까 싶어서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손 감독은 “기분 좋은 상태라 세게 때리는 선수들도 있다. 그래도 지금보다 3~4배는 더 때려줘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박병호는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8시즌을 늘리며 홈런왕 타이틀 방어를 향해 늦은 시동을 걸었다. 손 감독과 함께하는 홈런 세리머니가 얼마나 더 과격해질 수 있을지도 남은 시즌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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