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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재가 27일 서울 송파구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독일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서영재(25·대전하나시티즌)의 꿈은 태극마크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영재는 지난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으며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2018~2019시즌에는 뒤스부르크에서 뛰었고, 지난 시즌은 홀슈타인 킬에서 활약했다. 1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올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대전에 합류했다. K리그는 첫 경험인 그는 26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활발한 움직임과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공수에 걸쳐 기여했다. 27일 서울 송파구 모처에서 만난 서영재는 “너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경기에서도 승리해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1부리그 못 뛰었지만, 후회 없다”

서영재가 독일에 진출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함부르크는 1부리그 소속이었다. 서영재는 3년간 2군에서 뛰며 착실하게 성장했고, 마침내 1부 경기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2018년 3월 17일 함부르크는 베를린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는데 경기 전 날 크리스티안 티츠 감독이 서영재에게 선발 출전 소식을 알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던 서영재는 당일 선발에서 제외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베스트11에서 빠진 그는 벤치에서 몸만 풀다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서영재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아쉬웠다. 1부리그 경기에 한 번이라도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그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5만 관중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에 매료됐다”라고 말했다.

서영재는 5년간 후회 없이 도전했다. 2군, 혹은 2부리그 소속이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이득을 얻지 못했지만 유럽, 특히 독일이라는 축구 선진국 내부자로 뛰며 성장했다. 서영재는 “솔직히 돈은 모으지 못했다. 세금을 40% 납부했고, 집 세와 보험료, 차 렌트비에 식대까지 하면 한 달에 300~400만원을 지출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고, 할 만큼 했다. 부족함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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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홀슈타인 킬 홈페이지

◇“일류첸코, 수쿠타 파수 모이자!”

서영재와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재성의 인연은 잘 알려져 있다. 두 선수는 한 시즌간 킬에서 호흡을 맞춘 절친 사이다. 서영재는 이재성의 온 가족과 친할 정도다. 서영재는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고 재성이형 어머니께서 연락을 주셨다. 영상통화를 하며 안부를 나눴다. 저는 재성이형 형제들, 이모님들과도 친하다. 독일에서 함께 지내며 보드게임을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성이형은 독일에서 의지했던 좋은 형이다. 늘 붙어다녔고 형제처럼 지냈다. 서로 지긋지긋하니 이제 그만 만나자고 했다”라며 친근감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의외의 인맥도 있다. 포항의 일류첸코, 서울 이랜드의 수쿠타 파수가 주인공이다. 세 선수는 뒤스부르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일류첸코와 수쿠타 파수는 한국행을 추진하기 전 서영재에게 한국에 대해 문의했다. 서영재는 “뭔가 쉽게 보는 눈치길래 ‘1년도 못 채우고 떠나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만만하지 않다’라고 말해줬다. 살기 좋은 나라이고 음식도 입에 잘 맞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말도 해줬다. 두 선수의 한국행 지분에 내 노력도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서영재의 한국행 소식을 들은 두 선수도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단체 대화방이있는데 일류첸코는 심상민 선수가 군대에 갔다며 포항으로 오라고 하더라. 수쿠타 파수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 이랜드와의 경기에서 만날 텐데 기대가 된다. 세 선수가 한국에서 만나면 너무 신기할 것 같다. 쉬는 날 모임을 추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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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대전에서 잘해 국가대표까지 하고 싶다”

서영재는 지난 시즌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행을 결심했다. 뛸 수 있는 K리그 팀으로 이적해 축구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관심이 쏟아졌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강원FC 등 1부리그 팀들이 줄지어 러브콜을 보냈다. 서영재의 선택은 대전이었다. 그는 “가장 적극적인 팀이었다. 주전 경쟁 구도도 봤다. 무조건 주전이라는 것은 절대 없지만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팀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대전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전에 합류한 서영재는 “시설이 좋아 깜짝 놀랐다. 독일이라고 해서 시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킬 웨이트 훈련장은 부실하고, 뒤스부르크는 아예 없었다. 대전에서는 운동할 의욕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목표는 국가대표다. 서영재는 독일 2부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에 연령대 대표팀 선발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제대로 뛰는 모습을 지도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고, 단기간 국내로 들어와 소집하는 시기에 어필해야 했다. 2년 전에도 서영재는 23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됐지만 무릎 부상을 입은 상태라 제 기량을 드러내지 못했고 아시안게임 출전도 불발됐다. 서영재는 “아쉬움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제가 부족했다고 봐야 한다”라면서도 “이제 K리그에 왔으니 제 장점을 잘 보여드리고 싶다. 목표는 국가대표다”라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서영재는 국내에서 찾기 힘든 왼발잡이 풀백이다. 희귀 포지션이라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올림픽 와일드카드, 나아가 A대표팀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박주호, 홍철, 김진수로 이어지는 계보를 이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영재는 “저는 빌드업, 스피드, 크로스에 자신이 있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세 선수 모두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배로서 존경하는데 그 중에서는 홍철형 유형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라면서 “1부리그에 승격해 뛰어보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대전이 꼭 올라가야 한다. 팀의 승격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