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기성용
울산 현대 이청용(왼쪽), FC서울 기성용. 최승섭·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솔직한 심정으로 (기성용을) 만나고 싶지 않다.”

1707일 만에 맞대결. 그것도 상상해본 적 없는 K리그 무대에서 처음으로 기성용(31·FC서울)과 ‘쌍용더비’를 앞둔 이청용(32·울산 현대)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30일 오후 5시3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18라운드 서울과 홈경기를 사흘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 전북 현대와 치열한 우승 경쟁 레이스 중 자신의 성장을 끌어낸 친정팀 서울을 만나는 것도 모자라 절친한 친구와 적으로 만나야 하는 상황에 여러 감정이 들만하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지난 2006~2009년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청용이 1988년, 기성용이 1989년생이나 ‘빠른 89년생’이어서 둘은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왔다. 당시 K리그에 ‘10대 돌풍’을 일으켰고 U-20 월드컵 대표(2007년)를 거쳐 A대표팀 주력 요원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나란히 2009년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가 11년 만에 K리그에 돌아왔다. 그러나 복귀 과정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둘 다 우선협상권을 지닌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다시 입기를 바랐으나 이청용은 협상이 어긋났다. 2년 전부터 러브콜을 보낸 울산의 호랑이 유니폼을 선택했다. 기성용도 애초 협상이 틀어져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와 4개월 단기 계약을 맺고 미래를 다시 그렸다. 그러나 올 여름 서울이 다시 손을 내밀었고 협상 간격을 좁히면서 친정팀 복귀가 성사됐다. 유럽에 있을 때 뿐 아니라 둘은 K리그 복귀 과정에서도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미래를 응원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K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기성용
지난 2009년 서울 시절의 모습.

이청용과 기성용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겨룬 건 ‘딱 한 번’이다. 둘 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던 지난 2015년 12월28일. 이청용의 크리스털 팰리스와 기성용의 스완지시티가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격돌했다. 나란히 교체 명단에 포함돼 있던 둘은 후반 그라운드를 밟았다. 기성용이 후반 11분, 이청용이 후반 26분에 각각 투입돼 팀 승리를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러나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이청용은 “상대 팀으로 한 번 경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 주말 맞붙는다면 우정은 잠시 접어두고 팀 승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울산에 연착륙하며 현재까지 4개 공격 포인트(3골 1도움)를 올렸다. 반면 기성용은 서울 합류 직후 발목 부상 여파로 재활에 전념하느라 복귀전을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팀 훈련에 합류했고 연습 경기까지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90분 풀타임 출전은 어려울 수 있으나 경기 상황에 따라 후반 교체 출전이 기대된다. 이청용은 “(성용이가 복귀전을) 적어도 이번 주까지는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용이가 뛰면 우리가 어려운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웃어보였다.

울산은 승점 42로 전북 현대(승점 41)에 1점 앞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하위권으로 밀려났던 서울은 김호영 감독 대행 체제에서 4연속 무패(3승1무)로 6위(승점 20)까지 도약했다. 오름세의 두 팀의 양보할 수 없는 승부여서 ‘쌍용더비’는 더욱더 관심을 끌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