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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로또 당첨처럼 거액을 보장하는 시절은 예전에 지났다. 구단은 과거보다 영리해졌고 선수들도 달라진 시장을 인지하고 있다. 에이전트 제도가 선수들에게 유리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 또한 극소수로 한정된 채 흘러가는 모양새다. 게다가 이번 겨울 FA 계약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 제도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2021년과 2022년 각 구단의 총 연봉 액수에 따라 2023시즌 샐러리캡 제도 상한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구단이 보다 신중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확정지은 샐러리캡 적용 방식은 다음과 같다. 당시 KBO는 “샐러리캡은 2021년과 2022년의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FA의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의 평균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액으로 설정했다”며 “상한액은 2023년부터 3년간 유지되며 이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에서 결정한 샐러리캡 상한액을 2018, 2019년에 적용한 결과 롯데가 2020년 샐러리캡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롯데는 올시즌을 끝으로 이대호와 4년 150억원 계약이 종료됐다. 손아섭과 4년 98억원, 민병헌과 4년 80억원 계약도 2021년으로 마무리된다. 즉 현재로서는 롯데가 2023년 샐러리캡 상한액 초과에 따른 페널티를 받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샐러리캡 상한액을 처음 초과한 경우 초과분의 50%의 제재금이 부과된다. 2년 연속 초과시에는 초과분의 100% 제재금과 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 3년 연속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다음연도 1라운드 지명권 9단계 하락의 제재를 받는다. 즉 KBO리그 샐러리캡 제도는 하드캡이 아닌 소프트캡에 가까우며 여기에 메이저리그(ML)의 사치세 제도를 더했다.
이제부터 각 구단이 FA 시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샐러리캡 상한액이 결정된다. 이른바 시장에서 ‘큰 손’이 되는 팀은 2023년 샐러리캡 상한액을 초과해 제재금을 부담할 수 있다. 때문에 이제는 FA 계약에 앞서 기존 선수들의 계약을 꼼곰히 살펴보고 향후 팀연봉 추이도 머릿속에 넣어둬야 한다. ML를 비롯한 미국 프로스포츠처럼 투자대비 효율이 더할나위 없이 중요한 지표로 평가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올해 FA 계약 또한 샐러리캡이 변수가 될 수 있다. KT, SK, 삼성, 한화, KIA 등이 FA 시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KIA를 제외한 네 팀은 10구단 팀연봉 순위에서 중하위권에 있다. 지출이 적은 만큼 다른 팀보다 큰 돈을 투자할 여유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 협상 테이블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액수를 제시하기는 힘들다. 실패한 계약의 후유증은 향후 2, 3년 동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번 FA 시장에서 최고 계약규모가 40~50억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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