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경기
무관중 경기가 치러진 잠실실내체육관 전경. 제공 | KBL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9개월 전 악몽이 다시 다가온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문을 닫았던 겨울 스포츠가 또다시 시즌 중단 위기와 마주했다. 시즌 초반이고 붐업이 한창인 시기에 모든 것을 멈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한국배구연맹(KOVO)등 주요 겨울 스포츠 리그 모두 정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제든 쉼표를 찍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직접 참석해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국면”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높이는 것을 마지막 수단으로 중대본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격상을) 결단하라”고 주문했다.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00명 단위였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1000명을 돌파했다. 지난 11일 확진자수 950명을 기록한 것에 이어 12일에는 확진자수 1030명으로 연일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언제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수 있으며 3단계 시행시 스포츠는 진행할 수 없다. 부쩍 늘어난 확진자수와 정부지침에 따라 12월초부터 무관중 경기로 전환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이제는 시즌 중단을 준비해야 한다.

KBL 관계자는 13일 “3단계로 격상되면 방역지침에 따라 바로 리그가 중단된다”며 “중단 이후 방침도 논의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숙소 운영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재 LG만 숙소 운영을 하고 있고 구단 자율로 둔 상태지만 앞으로는 숙소 운영을 권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KBL 관계자 역시 “3단계 시행시 선수들 훈련도 여의치 않다. 3단계에 대비해 선수단 생활 및 훈련지침을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지난 3월 시즌 중단됐을 때는 단체 훈련도 금지했다. 이번에도 3단계로 격상되면 단체 훈련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향후 단계가 내려갈 때를 대비한 시즌 재개 시점과 시즌 일정, 시즌 단축 여부도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토] 흥국생명 김연경, 배구여제의 스파이크!
흥국생명 김연경이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강타로 공격하고있다. 2020.10.21.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OVO는 일찌감치 대응 매뉴얼을 완성했다. 1~3라운드 시점에 4주 미만 리그가 중단되면 잔여 경기수는 유지한다. 문제는 4주 이상으로 중단 시기가 길어질 때 발생한다. 4~8주 사이 중단되면 잔여 경기는 축소된다. 8주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에는 리그가 아예 취소된다.

지난 시즌 KBL과 WKBL, 그리고 남녀프로배구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초유의 시즌 종료를 경험했다. KBL은 팀당 54경기 중 43경기 남짓만 치르고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고 WKBL도 팀당 35경기 중 28경기 남짓만 소화하고 시즌을 마쳤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배구 또한 전체 일정의 10% 이상을 남겨둔 채 플레이오프 없이 갑작스럽게 시즌을 끝냈다.

초유의 사태와 마주했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번 시즌 흥미진진한 순위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나 언제 다시 멈춰버릴지 모른다. 악령처럼 불어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겨울 스포츠 꽃인 농구와 배구 모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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