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
두산 허경민(오른쪽)이 7년 최대 85억원에 계약을 맺고 전풍 대표이사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제공=두산베어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장기계약 붐이 일고 있다.

원소속팀 두산에 잔류한 허경민과 정수빈의 계약 조건은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계약 총액도 이목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계약 기간에 관심이 집중됐다. 허경민은 두산과 4+3년에 합의하며 재계약을 체결했고, 정수빈은 6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허경민의 플러스 3년 계약도 선수가 권리를 행사하는 옵션이라 사실상 7년 계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두산은 사실상의 종신 계약을 제안하며 복수 구단과 경쟁에서 최종 승리팀이 됐다.

그간 KBO리그에서 FA 계약 체결시 4년 계약이 보편화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4년을 훌쩍 넘는 장기 계약이 일반화돼있지만 메이저리그와 시장 규모나 환경에서 차이를 보이는 KBO리그에서는 장기 계약이 나오기 쉽지 않다. 또 FA 권리를 재취득하는 기간이 4년이라 선수들도 4년 계약을 선호했다. 기량에 따라 4년 이하의 계약이 나오기도 했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 맥시멈 4년 계약을 바라보고 협상에 임해왔다. 가장 최근 체결된 장기 계약은 SK 간판타자 최정이 맺은 6년 계약이다. 이 또한 큰 화제를 모았다.

허경민과 정수빈 모두 1990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31세다. 30세에 접어든 선수들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계약 기간 내내 일정한 기량을 유지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장기 계약의 부작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두산이 두 선수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한 건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기량 유지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전력 유출 최소화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들이기에 거부하기 힘든 카드를 꺼냈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두산이 장기 계약 카드로 핵심 선수를 잡은만큼 앞으로 다른 팀도 두산과 같이 FA 선수를 잡기위해 장기 계약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장기 계약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준다. 계약 기간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면 성공적인 계약으로 평가받을 것이고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장기 계약이 무리수였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계약에 따른 책임도 계약을 체결한 구단에 있다. 올해 FA 협상에서 잔류를 끌어내기 위한 무기가 된 장기 계약이 FA 협상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까. 장기 계약 선물을 받은 선수들의 활약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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