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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포지션에 따라 온도차가 극명하다. 야수들은 빠르게 계약을 맺지만 투수들은 진행 속도가 더디다. 시장 논리에 따라 수요가 많으면 경쟁이 붙고 신속히 팔려나가지만 경쟁이 붙지 않으면 계약 또한 늦어진다. 한 때 선발투수로서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며 태극마크도 달았던 차우찬(34), 이용찬(33), 우규민(37) 모두 특급 매물은 아니다.
실제로 우규민은 지난달 31일 새해 벽두를 앞두고 삼성과 2년 최대 10억원에 재계약했다. 보장액은 올해 2억원으로 4년 전 최대 65억원 FA 계약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양현종이 FA 자격을 얻었지만 빅리그행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에 남을 경우 행선지는 KIA로 한정된다. 실질적으로 한국을 벗어나야 FA, 한국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FA가 아니다.
다음 FA 시장에서도 특급 선발투수는 찾기 힘들다. 여전히 시장 중심에는 야수로 가득찰 전망이다. 김현수, 박병호, 황재균, 손아섭 등 특급 야수들이 다음 겨울 FA 자격을 얻는다. 예정대로 도쿄 올림픽이 열리면 리그 최고 2루수 박민우 또한 FA가 될 수 있다. 반면 선발투수 자원은 한현희, 이재학, 백정현 정도다. 한현희는 몇 년 째 선발과 중간을 오가고 있고 이재학은 기복에 시달린다. 백정현도 선발진 전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에이스는 아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FA로 이적한 선발투수 최고 성공사례는 장원준이다. 2014년 겨울 두산과 계약한 장원준은 이듬해 두산의 14년 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이 2020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초석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장원준 또한 계약 4년차에는 부상과 함께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철인으로 보였던 차우찬도 FA 4년 계약 마지막해였던 지난해 어깨 통증으로 후반기 전체를 결장했다. 이용찬은 FA를 앞두고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투수 대다수는 커리어가 쌓일수록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온다. 첫 번째 FA 자격을 얻기까지 최소 8년 가량이 필요한데 투수 FA 계약 성공사례가 야수보다 적고 현재 FA 시장에서 투수들의 가치가 높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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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는 달리기가 아닌 버티기인데 수준급 선발진을 갖춘 팀은 상위권에 자리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마냥 돈이 많다고 선발투수를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수준급 외국인투수 두 명을 확보하고 뚜렷한 계획 하에 토종 선발투수를 육성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유망주 자원이 풍부한 현재로서는 신예 선발투수의 성장여부가 팀 성적과 직결된다. 늘 토종 선발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NC가 구창모와 송명기를 앞세워 우승을 이루고 KT가 소형준을 통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그렇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