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김연아 키즈’를 넘어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새 이정표를 썼다.

차준환(22·고려대)과 이해인(18·세화여고)의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동반 은메달은 한국 피겨의 기념비적인 일이다. 차준환은 지난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96.03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해인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여자 싱글에서 총점 220.94점으로 역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를 지닌 국제 무대다. 이전까지 한국 피겨 선수 중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건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2014년 소치올림픽 은메달을 각각 차지한 ‘피겨 여왕’ 김연아(금2·은2·동2)밖에 없었다. 그가 2013년 이 대회 우승 이후 한국 피겨 선수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한 건 지난해 여자 싱글에 출전한 유영의 5위다.

물론 이번 대회엔 피겨 강국인 러시아 선수들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리며 출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차준환이 기록한 296.03점만 보더라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우노 쇼마(일본·293점)가 얻은 점수 수준이다. 당시 차준환은 182.87점이었다.

이해인도 지난해 말 극심한 컨디션 난조로 베이징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치는 등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독기를 품고 올림픽 개막 직전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기록하며 반전했다.

차준환과 이해인 모두 이전보다 성숙한 준비 자세와 완성도 높은 연기로 당당히 시상대에 오른 것이다.

한국 피겨는 지난달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의 신지아, 아이스댄스의 임해나-취안예 조가 나란히 은메달을 거머쥔 적이 있다. 이밖에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있는 ‘피겨 장군’ 김예림(단국대)도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시니어 그랑프리 금메달을 따냈다.

‘봄날’을 맞은 한국 피겨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전망을 밝히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김연아를 잇는 메달리스트 탄생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흐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담이 큰 종목 특성상 꾸준한 지원이 따라야 한다.

지난해 한 달여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시행한 피겨 국가대표 합동훈련 정례화를 대안으로 꼽는 목소리가 있다. 개인 코치를 선임해 훈련하는 종목 특성상 선수촌 생활이 쉽지 않았는데, 당시 여러 선수가 훈련에만 집중하며 만족해했다. 올 시즌 호성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수촌 입촌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나,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합동 훈련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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