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데뷔전 최대 수확은 손흥민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선택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2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첫 경기 결과는 2-2. 콜롬비아가 남미 전통의 강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로 한국(25위)보다 높은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경기 결과보다는 내용 면에서 긍정요소를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수확은 주장이자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의 맹활약이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말 그대로 ‘미친 활약’을 펼쳤다. 전반 10분 상대 패스 미스를 틈타 정확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추가시간에는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A매치에서 2골을 넣은 것은 2019년10월10일 스리랑카전 이후 무려 3년5개월여 만의 일이다.

단순히 골만 넣은 게 아니었다. 경기력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최근 보기 어려웠던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 호쾌한 드리블이 수차례 나왔다. 콜롬비아 수비진이 거친 반칙으로 몇 차례 끊어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실제로 반칙이 아니면 막기 어려운 경기력이었다. 손흥민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이 정도로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손흥민 스스로의 기량이기도 하지만 사령탑의 선택이 적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중앙에 배치했다. 형식상 4-4-2로 나서 조규성과 투톱을 이뤘는데 손흥민은 사실상 ‘프리롤’로 자유롭게 공격 진영을 오가는 모습이었다.

최전방에서 조규성이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면 손흥민이 2선으로 내려와 공을 받은 후 빠르게 돌아서 질주하는 플레이가 몇 차례 나왔다. 황인범이나 이재성처럼 질 좋은 패스를 공급하는 미드필더들과 근접해서 움직였기 때문에 손흥민의 위력도 배가됐다.

이번시즌 손흥민은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이번시즌에는 리그에서 6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의 기량보다 콘테 감독의 활용법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많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사이드백 이반 페리시치와 함께 둬 오히려 손흥민을 너무 후방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흥민 특유의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전임 사령탑인 파울루 벤투 감독과도 차별화 된다. 벤투 감독도 손흥민을 투톱, 프리롤로 이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익숙한 포지션이긴 하지만 손흥민은 대표팀보다 소속팀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왔다.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일단 클린스만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은 긍정적이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대선배이기도 한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은 중앙이든 측면이든 다른 선수들과 로테이션을 하며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이 나오면 계속 프리롤을 줘 기용할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손흥민을 이 위치에서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예고했다.

이번 소집 내내 클린스만 감독과 활발하게 소통한 손흥민도 “감독님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셔서 경기력이 나온 것 같다”라면서 “공 있을 때, 없을 때의 움직임을 더 생각하며 발전해야 더 공격적이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클린스만 감독 첫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28일 또 다른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불과 4개월 전 월드컵에서 만난 팀이라 직접적인 비교가 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두 번째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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