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기자]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죠...”

프리에이전트(FA)를 선언했지만 팀을 찾지 못했던 투수 정찬헌(33)이 드디어 새 둥지를 찾았다. 바로 원소속팀 키움히어로즈다.

정찬헌은 27일 키움과 2년 총액 8억6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정찬헌은 “기다림의 시기가 길었다. 좋은 조건으로 손 내밀어주신 키움 구단에 감사하다”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족들도,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분들도 ‘다 잘 될거야’ 했지만 또 ‘언제 잘 될까’ 이런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렇게 원소속팀과 좋은 계약을 하게 돼 정말 감하다. 다시 느끼지 못할 감정을 많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소속팀을 찾는 기간 동안 국내에서 혼자 묵묵히 몸을 만들었다. 정찬헌은 “스스로 몸을 만든다는 경험을 쉽게 하지 못하는데 그 경험을 하면서 ‘내가 아직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정말 사랑하는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계약은 하루만에 급진전됐다. 정찬헌은 “어제(26일)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바로 오늘 오전에 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키움은 정찬헌 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더 높은 조건을 선수 측에 제시했다. 당초 정찬헌 측은 구단에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억5000만원, 연봉 1억원, 옵션 최대 1억원을 제시했는데, 키움은 더 규모인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최대 2억6000만원 등 총액 8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키움 선발진 로테이션을 돈 정찬헌이지만, 올 시즌에는 불펜 보직으로 출발한다. 정찬헌은 “지금 와서 보직이 어떻다는 중요하지 않다”며 “구단이 필요로 하는 모든 보직에 맞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비시즌 동안 혼자 몸을 만들며 최고 구속을 시속 139㎞까지 끌어올렸다는 정찬헌은 “(키움 홍원기)감독님과 면담하면서 급하게 움직이지 말자고 하셨다. 외부에서 혼자 몸을 만들었던 것과 단체 운동을 하면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다르기 때문이다. 조금씩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하겠다”고 했다.

정찬헌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후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번)에서 LG트윈스에 지명받아 프로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했다.

2021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정찬헌은 그해 11경기에 출전해 3승3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며 시즌 후반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2022시즌에는 20경기에 출전해 5승6패 평균자책점 5.36을 기록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취득한 정찬헌은 최근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했지만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 왔고, 3월 초부터는 독립리그 성남 맥파이스에 합류해 실전 피칭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시즌에는 조금 급했던 것 같다. FA시즌이라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던 정찬헌은 이제 마음을 내려놓고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